<컴퓨터큰일꾼>대한항공 모의비행장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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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비행기 조종사는 비행기보다 컴퓨터를 먼저 만난다」는 말이 있다.비행기를 조종하면서 비행술을 배우기 보다 컴퓨터가 만들어내는 가상 현실에서 비행훈련을 먼저 받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비행기를 조종하며 훈련한다면 사고 위험과 효과에 비해 값비싼 대가를 감수해야 된다.그러나 이.착륙등 실제 상황을컴퓨터가 정교하게 재현,체험하도록 하는 「시뮬레이터」라는 모의비행장치는 그같은 부담을 덜어준다.비행기 조종 사 양성에도 컴퓨터는 단단히 한몫하고 있는 것이다.
경인고속도로 인천분기점 바로 옆에 자리잡은 대한항공 운항훈련원에는 각 비행기 기종에 맞는 시뮬레이터 8대가 설치돼 있다.
시뮬레이터 내부의 기계장치와 조종석은 비행기와 똑같이 만들어져예비 조종사들이 실제 비행에서 겪게 되는 갖가지 상황을 훈련할수 있게 한다.
이 회사 운항훈련원 조동술(趙東述.43)차장은 『첨단 컴퓨터기술은 곧바로 시뮬레이터 성능 향상에 적용되고 있다』며『최근 제품은 정확성뿐 아니라 이.착륙때 몸에 작용하는 가속력까지 완벽히 재현한다』고 설명한다.
시뮬레이터의 구조는 조종실과 외부진동을 느끼게 해주는 5개의유압장치.영상시스템.구동시스템등으로 모두 32비트 중형컴퓨터에연결돼 작동한다.유압장치는 비행기의 움직임을 느끼게 하는 장치로 이륙때 느껴지는 지면과 바퀴의 마찰진동.가 속력등을 실제처럼 재현한다.
조종석 전면과 측면 창에 설치된 영상장비는 항공기의 속도.비행상태에 따른 환경과 공항의 활주로.지형.시설물등을 실물과 흡사하게 보여준다.야간비행과 안개.비.번개.눈등 악천후 기상요건도 재현할 수 있다.
정하진(鄭夏辰.43)훈련팀장은『보잉747기를 훈련하는 시뮬레이터는 1백20억원이나 하는 고가장비지만 실제 항공기 값의 20% 미만이고 운영비 또한 5%수준』이라고 말한다.
최첨단 컴퓨터와 기계공학이 결합된 시뮬레이터는 캐나다 CAE社가 세계 시장의 60%정도를 차지하고 있고 나머지는 미국.유럽등에서 공급하고 있다.국내에선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형편.
앞으로 개발될 시뮬레이터는 4만피트(1만5천m) 높이의 저기압 상태,각종 돌발상태 뿐 아니라 공항주변과 비행상태에 따라 냄새가 달라지는 효과까지도 훈련할 수 있도록 고성능화할 전망이다. 金泰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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