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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街스타 "자리바꿈" 한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세계금융의 중심지인 미국 월스트리트에서 스타플레이어의 대규모자리 이동이 벌어지고 있다.대량 해고와 스카우트 경쟁이라는 상반된 현상이 동시에 일어나면서 2천명 이상의 월스트리트 증권맨들이 회사를 옮겼거나 옮길 예정이다.우선 메릴 린치.골드먼 삭스.리먼 브러더스등 이름만 들어도 금세 알 수 있는 내로라 하는 미국 증권사들은 감량경영을 위해 조직 축소와 대량 감원을 단행하고 있다.
반면에 스위스유니언은행(UBS).도이체방크등 유럽계은행과 퍼스트 유니언뱅크같은 미국내 지방은행들은 거절하기 어려운 조건을앞세워 월스트리트의투자 전문가들을 다투어 영입하고 있다.美 뉴욕타임스紙는 이같은 현상의 배경에는 미국 증권업 의 수익성 악화와 함께 금융의 세계화,규제완화라는 시대적 흐름이 깔려있다고설명하면서 월街의 자리바꿈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증권사들은 지난 90년대 초반까지 채권 인수를 중심으로 한 장기 호황이 종지부를 찍으면서 경영수지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결국 증권사들이 택한 방법은 조직 축소와 대규모 해고,보너스 삭감등 전통적인 군살빼기 작전.
골드먼 삭스는 최근 6개월 사이 전체 직원 9천명의 10%를잘라내는등 대대적인 인력감축에 나섰고,리먼 브러더스.메릴 린치.퍼스트 보스턴.스미스 바니등 굴지의 증권사들이 회사당 3백~1천명에 이르는 인원을 내보냈거나 해고할 계획이 다.
이같은 찬바람의 반대편에선 스카우트란 훈풍이 월街를 데우고 있다. 은행쪽에서 불고 있는 「인재사냥」바람은 최근 은행업과 증권업 사이의 벽이 허물어지면서 은행들이 공세적으로 증권업무에진출한데서 비롯된다.은행으로서는 취약한 증권관련 인력을 보강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인재사냥에 가장 열심인 곳은 미국내 교두보를 마련하려는 외국계 은행과 월街같은 큰 무대에서 뛰어본 경험이 없는 지방의 중소은행들.UBS등 유럽계 국제은행들은 최고의 대우와 미국내 영업의 실권(實權)을 보장하는 조건으로 월街의 스타 들을 영입하고 있다.
UBS는 지난해 이미 증권부문에서 2백50명을 신규 채용한데이어 올해 4백명을 더 뽑을 계획이고,도이체방크는 지난해 1백명을 영입한 후 오는 2000년까지 7백50명을 확충한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웠다.
미국내 지방은행들도 규제완화를 계기로 기존의 예금.대출업무에서 벗어나 주식.채권 인수와 금융파생상품 거래등 증권업무에 뛰어들면서 이 분야의 인력을 대폭 확충하고 있다.美퍼스트 유니언은행은 최근 유명 증권사로부터 70명을 스카우트한 데 이어 올해 25명을 더 영입할 계획이다.
증권 호황기에 월街의 잘나가는 투자 귀재들은 촌티를 벗지 못한 외국계나 지방은행들의 손짓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그러나 이들도 해고라는 찬바람 속에 거리로 밀려나자 이제는 당당히 월街의 신흥세력으로 부상한 외국계나 지방은행의 품속으 로 찾아들고있는 것이다.
金鐘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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