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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비밀’ 풀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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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최근 국내 연구진이 기억의 재구성에 얽힌 실타래를 풀어내는 데 성공했다. 서울대 생명과학부 강봉균(47) 교수 연구팀은 한번 저장된 기억을 회상할 때 기억을 저장하는 시냅스가 단백질 분해 과정을 거치며, 이 과정이 기억의 재구성에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9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적인 과학저널인 ‘사이언스’ 8일자 온라인 판에 게재됐다.

새로운 경험을 하거나, 단어를 외우는 경우 인간의 뇌에서는 신경세포 사이의 시냅스들이 강화(단단하게 결합)되는 과정이 나타난다. 이런 과정을 통해 기억을 오랫동안 저장하는 것이다. 이미 신경과학자들은 시냅스가 강화되는 과정에 단백질 합성을 억제하는 약품을 투입했더니 기억이 형성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와 함께 기억을 떠올릴 때도 시냅스가 어떤 이유에선가 불안정해진다는 사실을 알아냈으나 구체적인 과정에 대해서는 밝혀진 바가 없었다. 이에 대한 해답을 강 교수 팀이 제시한 것이다.

강 교수 팀은 기억을 떠올릴 때 강화됐던 시냅스가 유비퀴틴-단백질분해효소가 관여하는 특수단백질 분해과정을 거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단백질이 분해되면서 기억이 튀어나오고, 결국 재구성 과정을 겪는다는 것이다. 즉 기억이 저장되는 비밀은 이미 밝혀진 사실이나 기억을 되살리거나 변형되는 과정을 새롭게 파악해낸 것이다.

강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기억을 유지하거나 소멸시키는 과정으로 응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약물을 이용해 지우고 싶은 기억은 지우고, 중요한 기억은 평생 유지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심재우 기자

◇시냅스(Synapse)=대뇌는 수많은 신경세포(뉴런)들의 네트워킹으로 이뤄진다. 뉴런끼리 연결되는 부위인 시냅스를 통해 네트워킹은 완성된다. 신호를 내리는 뉴런의 말단 시냅스에서 화학물질을 분비하고, 시냅스로 연결된 뉴런은 이 물질을 받아들인 뒤 전기신호로 만들어 다음 뉴런과 연결된 시냅스까지 내려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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