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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 애널리스트의 눈 “무리하게 넣지 말고, 빼는것도 생각할 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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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호 28면

이계웅 굿모닝신한증권 팀장

펀드 세상에서도 유행에 쏠려 다니다 보면 돈을 못 번다. 들쭉날쭉 주가를 이기는 지름길은 시간과 싸우는 것이다. 일희일비하지 않고 참을성 있는 3년 장기 투자를 부르짖는 이유다. 주가가 꼭대기에 오를 땐 성장주 펀드가, 골로 갈 땐 가치주 펀드가 잘나가기 때문이다.

지난 석 달은 고통의 연속이었지만 주가가 다시 회복세를 타면서 희망도 움트고 있다. 그러나 장기 투자가 무대응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투자 자산별 비중 조절은 언제나 필요하다. 뭘 짚어 봐야 할까.

펀드 애널리스트의 원조 격인 이계웅 굿모닝신한증권 팀장은 “지금은 넣을 게 아니라 빼는 걸 고민할 때”라고 했다. 시장이 반등하긴 하지만 신흥시장 투자 비중은 어떤 지역을 줄일지 역발상하라는 것이다. 그는 상품도 미 경제침체가 이어지면 에너지·비철금속은 어렵고 금과 농산물이 부각되니 관련 변수를 면밀히 지켜보라고 했다.

브릭스만 해도 지난해엔 4개국 모두 오르면서 합산 수익률이 좋았지만 올해는 중국이 빠지면 인도가 오르고, 러시아가 떨어지면 남미가 뜨니 전체 수익률이 잘 안 나온다는 것이다. 그는 “지역별 자산 배분만 하면 투자 리스크는 줄지만 수익률 제고엔 도움이 안 될 것”이라며 “증시 흐름을 보면서 국가별 비중을 조절하라”고 권했다.

이 팀장은 “사실 펀드 시장 앞날을 가늠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다시 꿈틀거리기 시작한 주가에 대해선 “역사적으로 봐도 최근 같은 패닉 이후엔 ‘저점 매수’라는 선물이 돌아갔다”며 “다만 아직 제한적인 요인들이 보인다”고 했다.

“무엇보다 미국에서 자산시장이 무너지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서브프라임 사태가 단순한 금융시장 문제는 아니라는 조언이었다. 지금 미 경제를 떠받치는 건 자산시장과 소비시장이고, 그 뒤에는 부동산이 있는데 이런 디딤돌이 꺼지고 있다는 말이다. 신흥시장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는 “중국이 인플레 때문에 긴축한다고 나선 지가 1년 전인데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여러 악재로 증시가 옆걸음질하면서 V자 아닌 U자 식 반등이 예상된다”고 했다.

이 팀장은 “지금 운용사들이 투자자에게 내놓는 펀드 제안서를 보면 ‘다 사야 한다’고 부르짖는다”며 “그러나 자금시장의 지정학적 역학관계를 봐야 한다”고 주문했다.

예컨대 서브프라임 파장이 이어지면 환매 요구에 대비해 운용사들이 주식을 팔 수밖에 없지만, 전망 좋은 곳은 주식을 매도하더라도 덜 한다는 논리다. “인도 펀드가 선방하는 이유도 중동 국가 자금이 받쳐주기 때문이에요.” 그는 이슬람 국가인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도 증시 흐름이 좋은데 오일 머니의 덕을 무시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의외로 달러가 강세를 보일지 주목한다고 했다.

얼마 전 블룸버그 통신도 비슷한 분석을 했는데 역사적으로 그랬던 것처럼 미국의 공격적 금리 인하로 성장률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달러가치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런 시나리오대로 흐르면 원자재 투자 비중을 줄이고, 선진국 펀드를 자산 포트폴리오에 편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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