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특집/영화] 너무 익숙한 연인들 VS 완전히 새로운 육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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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설 극장가에 멜로와 스릴러는 한 편씩이다.

김하늘·윤계상 주연의 ‘6년째 연애중’은 제목 그대로 6년간 연애를 해 서로에 대해 별로 새로울 것도, 놀랄 것도 없는 의좋은 커플 이야기다. 다진(김하늘)은 팀장 승진을 위해 불철주야 일하는 출판사 맹렬 편집자. 홈쇼핑 채널 PD인 재영(윤계상)과 6년째 사귀고 있다.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동거 아닌 동거를 하고 있는 이들은 편안하지만 너무 익숙한 관계에 조금씩 균열이 일어나고 있음을 느끼기 시작한다.

급기야는 재영은 방송국에 아르바이트하러 온 지은(차현정)에게, 다진은 출간할 책의 디자인을 맡은 진성(신성록)에게 한눈을 팔게 된다. 동갑인 김하늘과 윤계상의 사랑 다툼이 아기자기하게, 그러나 별다른 특색은 없이 그려졌다. TV 드라마를 스크린에 옮겨 놓은 듯한 느낌을 주는 팝콘무비다. 변영주 감독의 ‘발레교습소’로 충무로에 발견의 기쁨을 선사했던 윤계상의 선택치고는 다소 평범한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을 남긴다. 감독 박현진. 15세 이상 관람가.

‘더 게임’은 만화적 설정이 일단 호기심을 끈다. 거리에서 초상화를 그려주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희도(신하균)가 어느 날 정체불명의 저택에 초대받으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저택 주인이자 금융계의 큰손 노식(변희봉)은 놀라운 제안을 한다. 무작위로 정한 휴대전화 번호로 전화를 걸어 여자가 받는지 남자가 받는지를 맞추는 내기를 하자는 것. 자신이 이기면 희도에게 30억원을, 희도가 이기면 자신에게 ‘젊음’을 달라는 조건이었다. 결국 내기가 이뤄지고, 희도는 하루아침에 노인과 뇌가 바뀌는 말도 안 되는 변을 당하게 된다.

‘더 게임’의 설정은 안면을 이식하는 ‘페이스 오프’의 그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다. 뇌를 바꾸는 수술 장면의 묘사는 영화가 끝난 뒤에도 머릿속을 떠나지 않을 정도로 자극적이다. ‘노인의 뇌가 들어간 청년 VS 청년의 뇌가 들어간 노인’이라는 설정은 한 인물 안에 두 개의 이미지가 중첩되는 효과를 거두며 나름의 잔재미를 준다.

늙은이의 말투를 쓰며 거들먹대는 신하균과 하루아침에 노인의 몸을 갖게 된 불쌍한 청년을 연기하는 변희봉 중 ‘전락’의 느낌을 실감나게 표현한 변희봉 쪽이 아무래도 더 돋보인다. 후반으로 갈수록 떨어지는 설득력, 특히 결말이 예측 가능하지만, 비주얼의 강렬함과 변희봉의 연기마저 평가절하하기는 힘들다.

항간에는 “일본 만화를 베꼈다”는 얘기도 있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니타 다쓰오의 만화 ‘체인지’의 판권을 정식 구입했다. 감독 윤인호. 15세 이상 관람가.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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