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딱한 며느리의 현대판 고려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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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시어머니가 그렇게 잡숫고싶어 하시던 우족탕을 떼어놓기 직전에야 사드릴 수밖에 없었던 제가 너무 밉습니다.』 16일 시어머니를 내다버린 혐의(존속유기)로 서울강남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있는 정갑례(鄭甲禮.52.여.서울강남구일원본동)씨는 하염없이눈물만 흘렸다.
鄭씨가 9년동안 모신 시어머니 兪모(82)씨를「현대판 고려장」을 하게된 이유는 가난때문이었다.
3천여만원의 빚을 내 어렵사리 17평 아파트를 마련하고 오붓하게 생활해온 鄭씨에게 불행이 닥친 것은 택시기사였던 남편 尹모(61)씨가 중풍으로 쓰러진 지난해 4월.
경마장 청소부일마저 그만두고 아들(25.전기배선공)과 딸(23.경리직원)이 버는 1백여만원으로 남편의 병수발을 하며 간신히 생활을 꾸려나갔다.가정형편이 점차 어려워지면서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양로원에 보내달라』는 시어머 니의 농담같은 투정에 차츰 흔들렸고 양로원을 보낼 방법을 수소문하기 시작했다.그러나 鄭씨는 사설양로원은 위탁보증금 1천만원에 월 50만원의 비용이 들고 공공 노인복지시설은 무연고노인만 들어갈 수있다는 사실만 확인했다.
지난 2월초 시어머니.남편과 상의끝에「시어머니가 무연고로 양로원에 가게 내다버리자」고 결정했다.
鄭씨는 지난달 10일 오전11시 시어머니 兪씨의 옷가지를 정성스럽게 챙긴뒤 시어머니의 고향인 전북부안으로 함께 내려갔다.
鄭씨는 시외버스터미널 인근 식당에서 평소 『고기가 먹고 싶다』던 말을 입버릇처럼 해온 시어머니에게 우족탕을 대접하고 인근다방으로 데려갔다.
鄭씨는 경찰에『버려진 노인이 있다』는 112신고를 한뒤 다방화장실에서 경찰이 시어머니를 데려가는 것을 확인하고 천근같이 무거운 발걸음으로 서울로 올라왔다.
경찰을 통해 부안읍 노인복지시설인 애랑의 집에서 보호를 받던시어머니는 부안군청 가정복지과 직원들이 연고를 추궁하자 14일 같은 사연을 털어놓았다.
〈表載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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