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톱>佛영화 "테레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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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나른한 3월의 주말.
문득 액션 스릴러가 공허하게 느껴지고, 코미디는 내용이 뻔하고, 에로물도 시들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럴때 지금까지 도외시했던 분야로 눈을 돌리면 뜻밖에 독특한묘미를 갖는 작품을 발견할 수도 있지 않을까.
프랑스 알랭 카발리에(Alain Cavalier)감독의『테레사』(Therese)는 24세의 나이에 폐결핵으로 숨진 성녀(聖女)테레사(1873~1897)의 실제 이야기를 담은 영화로 86년 칸영화제에서 사람들의 예상을 뒤엎고 심사위 원상을 받은작품이다.
감독조차 관객들이 상영 도중 나갈 것으로 생각했다는 이 영화는 우선 할리우드 방식의 떠들썩한 영상전개에 익숙해진 사람들에겐 파격적일 정도로 정적(靜的)이고 간결하다.그 흔한 배경음악도 없다.그런데도 전편에 흐르는 묘한 선율이 감지 된다.
컷과 컷의 연결이 연극무대의 막을 여닫는 것처럼 찰칵찰칵 끊어지는데 장면 장면이 마네의 정물화를 연상시킬 정도로 색과 구도가 뛰어나다.배우들의 눈 연기,손가락 연기 하나라도 카메라는놓치지 않고 잡아낸다.
딸 다섯명(영화속에서는 네명)이 모두 수녀가 되는 기구한 운명에 결국 정신착란으로 무너져 간 안타까운 부정(父情)도 잘 드러나 있다.
연극배우 출신으로 주인공역을 맡은 카트린 무세의 고통을 기쁨으로 승화시키는 표정연기가 볼만하고 외부와 단절된 생활을 영위하며 엄격한 침묵 속에 고통을 기꺼이 감내하는「가르멜수도원」수녀들의 감춰진 일상을 들여다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날로 각박해져만 가는 요즘,규정을 어기면서까지 고행의 길을 앞서가려 한 테레사 수녀의 하나님에 대한 천진스러울 정도의 단순한 믿음과 뜨거운 사랑을 확인하려는 자세가 있다면 감흥이 훨씬 클 듯.
신심(信心)이「얕은」사람들에게는 지루할 수도 있겠다.우리 귀에 익숙한 성우들의 목소리로 더빙돼 있다.
성 베네딕토 수도원 시청각종교교육연구회((279)7429)에서 1년간 공백끝에 최근 출시.2만5천원.
鄭亨模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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