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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휴먼 신도시' 건설 중 ⑤ <끝> 영국 그리니치 밀레니엄 빌리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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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GMV의 인공호수 주변 아파트. 발코니가 직접 호수에 닿아 자연을 즐길 수 있게 돼 있다. 또 인공호수 위로는 목재로 된 산책길을 만들었다. 현재 공사가 계속 벌어지고 있다.

18~19세기 당시의 런던 길거리와 광장을 21세기 도시 프로젝트로 살려내자-. 2000년에 시작된 런던 그리니치 밀레니엄 빌리지(GMV) 건설 프로젝트의 기본개념은 전통과 문화의 복원이다. 이는 GMV의 설계를 총괄한 영국의 건축가 랠프 어스킨(2005년 작고)경이 내세운 ‘21세기 도시마을’의 핵심이다. 이에 따라 영국 정부가 주도하는 여러 밀레니엄 커뮤니티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인 GMV는 현대식 아파트 촌이면서도 전통적인 영국마을의 형태를 지니며 건설되고 있다.

런던에 처음 온 외국인이라도 GMV를 찾기는 어렵지 않다. 일단 영국인들에게 잘 알려진 O2를 찾아가기만 하면 된다. 런던 도심 본드 스트리트 역에서 주빌리 라인을 30분 정도 타고 아홉 번째 정거장인 노스 그리니치 빌리지에 내리면 O2에 닿는다. 완만한 돔에서 하늘을 향해 솟구치듯 뻗어 나온 뿔 모양의 기둥들이 인상적인 건축물이다. 런던의 명물인 동시에 2만3000명을 수용하는 대형 이벤트 장소로 각광받는 곳이다. 레드 제플린, 본 조비, 프린스가 이곳에서 공연했다. 여기에서 연결된 녹지 축을 잠시 따라가면 GMV의 알록달록한 아파트들이 눈에 들어온다.

GMV는 그리니치 반도 300에이커(약 181㏊)에 템스 게이트웨이 재생 프로젝트의 하나로 건설되고 있다. 템스강에 면한 그리니치 지역은 영국 가스공장이 있던 곳으로 100년 이상 공장부지로 사용됐다. 1985년 공장이 문을 닫은 뒤엔 오염된 토양에 쓰레기가 방치되는 등 버려진 땅으로 애물단지가 됐다. 그러나 런던 도심에서 가깝고 템스강 건너편 고층건물 밀집지역인 카나리 훠프를 마주 보는 등 입지가 뛰어나다는 점이 정부의 눈길을 끌었다. 이에 따라 국가 재생사업을 담당하는 잉글리시 파트너십이 도시 재생에 나선 것. 잉글리시 파트너십은 정부와 가스공사·지자체 등이 주축이 된 개발회사다.

GMV의 주거지역은 이 가운데 72에이커(29㏊)에 건설되고 있다. 녹지와 인공으로 조성된 호수 주변에 몇 그룹의 아파트군이 나뉘어 배치됐다. 주거 수는 1300여 가구로 상업시설도 함께 들어가 있다. 이곳의 아파트 외관은 우선 시각적인 자극을 준다. 지나치게 화려한 색채로 이뤄졌다는 인상을 주지만 음울한 런던의 겨울 날씨와는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GMV는 아파트 촌이라는 의미에선 국내 신도시들과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층수가 6~10층으로 중·저층 위주로 구성돼 있고, 여러 개의 작은 광장을 중심으로 주택들이 나눠져 마을 분위기를 풍긴다는 게 특징이다. 또 아파트 사이 사이에 음식점이나 가게를 배치한 복합용도의 단지를 만들어 놓았다. 그런 의미에서 영국의 ‘어번 빌리지(도시마을)’는 미국의 뉴어버니즘과 비슷한 특징을 지닌다. 복합용도와 전통마을 구조의 복원이라는 원칙을 충실하게 따랐다는 점에서다.

이 단지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은 주차장이다. 아파트 건물을 잇는 2층 건물을 지어 주차장으로 사용하고, 그 옥상은 아파트 주민들이 공동으로 쓰는 화단으로 꾸몄다. 숨어 있는 주차장인 셈이다. 옥상 화단은 아파트 가운데의 광장과 계단으로 이어져 있다.

영국 정부는 GMV를 사회적 통합, 교통·커뮤니케이션, 환경, 테크놀로지, 혁신과 같은 키워드를 모두 아우르는 도시 주거모델로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런던을 세계 제1의 글로벌 시티로 부상하자는 것이다.

런던대학교 도시계획 및 디자인학과 연구실에서 만난 매튜 카모나 교수는 “GMV의 건설은 런던을 업그레이드하려는 노력 가운데 하나”라고 설명했다. 카모나 교수는 “금융·디자인 등 첨단 지식정보산업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뛰어난 업무·문화·주거 환경은 물론, 도시 인프라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런던=신혜경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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