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ily건강] 날씬한 신부되고 싶으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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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날씬한 웨딩 드레스를 입고 싶어하는 신부의 마음은 동서양에 차이가 없다. 미국 위스콘신대 로리 네이버스(식품학) 교수팀은 272명의 예비 신부(18∼51세)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0%가 결혼식을 앞두고 체중 감량 작전에 들어가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에퍼타이트지 올해 1월 온라인판). 또 미국의 예비 신부 10명 중 9명은 체중 감량을 위해 물을 많이 마시는 것으로 조사됐다. 물에 의한 포만감으로 식탐을 떨쳐버릴 수 있다고 여기는 것. 특히 예비 신부의 절반 가까이가 허가받지 않은 살 빼는 약, 단식, 결식 등 다소 무리한 방법을 동원했다. 10%는 흡연·구토·설사약 복용 등 극단적인 방법에 의존했다.

◇속성 다이어트의 부작용=금식이나 극도로 낮은 열량 섭취를 통해 속전속결로 체중을 줄이려는 시도엔 늘 부작용이 따른다. 강남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김경수 교수는 “일시적으로 피로·탈모·어지럼증이 나타날 수 있다”며 “담석증·급성 담낭질환·생리불순·빈혈이 생길 수 있으며 심하면 부정맥이 와서 생명까지 위태로워진다”고 경고했다. 또 단기간에 체중을 지나치게 줄이면 주름이 생기는 등 외모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애써 감량한 체중을 지키기 힘들다는 것도 속성 다이어트의 약점. 충분한 시간을 두고 무리 없이 살을 뺐을 때에 비해 요요현상이 생길 확률이 높다. 몇 차례 요요를 겪고 나면 과체중·비만 상태를 계속 유지했을 때보다 오히려 기초대사량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기초대사량이 적다는 것은 체중 증가의 충분조건이다.

◇정상 체중엔 이중 부담=예비 신부 연구에서 전체 조사 대상자의 절반은 체질량지수(BMI)가 정상이었다. 그러나 이들도 웨딩 드레스의 사이즈를 줄이려고 노력하긴 마찬가지였다.

한림대 성심병원 가정의학과 조정진 교수는 “정상 체중이거나 별로 뚱뚱하지 않은 사람이 체중을 줄이면 비만한 사람보다 근육 손실이 더 많다”며 “문제는 요요현상으로 인해 이들의 체중이 다시 원위치돼도 근육은 회복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감량 전과 요요 후의 체중이 같더라도 근육의 비율은 줄고, 지방의 비율은 늘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체지방률이 증가하면 기초대사량은 감소하고, 이는 다시 요요현상으로 이어진다.

◇결식·불규칙적인 식사는 금물=속성 다이어트가 불가피하다면 먼저 주당 몇㎏을 뺄 것인지 목표를 정해야 한다. 1주일에 0.5㎏ 감량이 이상적이다. 1㎏ 이상 감량하려고 시도하는 것은 과욕이며, 요요를 부른다. 앞서 언급한 연구에서도 예비 신부들은 결혼 전까지 평균 9㎏의 감량을 목표로 했다. 그러나 실제 줄인 체중은 평균 3.2㎏이었다.

한양대 구리병원 가정의학과 이창범 교수는 “속성 다이어트를 하더라도 균형잡인 식사를 하고, 식사를 거르지 말아야 한다”며 “같은 열량을 섭취하더라도 불규칙적인 식사를 한 실험동물(쥐)의 체중이 훨씬 높았다”고 소개했다.

◇저열량 식이요법 vs 초저열량 식사요법=‘기어이 살을 빼고야 말겠다’는 예비 신부에게 권할 만한 다이어트 방법은 무엇일까. 단식을 추천하는 의사는 거의 없다.

건국대병원 가정의학과 오승원 교수는 “포도·사과 등 한 가지 음식만 먹는 원푸드 다이어트는 영양실조를 유발하므로 권장하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하루 700∼800㎉의 초저열량 식사요법을 시도해볼 수 있겠지만 오래 지속하기 어렵고, 영양을 고루 섭취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다. 최종적인 체중 변화에서도 매일 1200∼1500㎉(여성)나 1500㎉(남성)의 열량을 섭취하는 저열량 식사요법과 차이가 없다는 것이 확인됐다. 저열량 식사요법을 통해 평소보다 매일 열량을 500㎉씩 적게 섭취할 경우 2주에 1㎏가량 체중이 준다. 이 방법으로 1개월이면 2㎏, 3개월이면 6㎏을 줄일 수 있다. 단 3개월 이상 지속하는 것은 무리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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