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열 조기수습 가닥잡은 民自-눈앞에 선거 책임론 일단뒤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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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민자당의 민주계 의원 10명은 15일 오찬회동을 가졌다.문정수(文正秀)前총장이 소집했다.서청원(徐淸源.서울 동작갑)이인제(李仁濟.안양갑)백남치(白南治.서울 노원갑)의원등이 참석했다.
말발깨나 있는 민주계 의원들이 모였다.이른바 주도 세력들이다.
취지는 작금의 민자당사태를 논의하기 위해서였다.때문에 철저히비밀에 부쳤다.무슨 말이 튀어나올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통합선거법 협상의 후유증을 앓고 있는 민자당이다.의원들의 지도부에 대한 반발이 대단하다.민주계도 가세하는 형국이다.당연히이런저런 얘기들이 나올만했다.그러나 결론은 쉽게 났다.현재의 혼란상태를 조기에 수습해야 한다는 것이었다.특히 김덕룡(金德龍)총장을 도와주자는 데 의견의 일치를 봤다.다소 의외의 결론이었다.바로 전날의 민주계모임과는 성격이 전혀 달랐다.역시 민주계였다. 몇시간뒤 이춘구(李春九)대표는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을만났다.대통령부재중의 상황을 보고하기 위해서였다.민자당 거의 전당직자가 대기했다.대통령이 진노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하기야 대야협상의 과정이나 결과는 당연히 질책거리다.그 러나 당사에 돌아온 李대표의 표정은 담담했다.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李대표는 金총장을 불렀다.아마도 청와대 보고내용을 알려준 것 같다. 16일 아침 金총장은 기자들에게『밖에서 보는 것처럼 당이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목소리도 커졌다.아주 오랜만에 웃기까지 했다.
李대표는 16일에도 대통령을 만났다.대통령 순방결과를 듣기 위한 자리였다.그는 17일 아침에도 대통령을 만난다.민자당 주요당직자들과의 조찬회가 예정돼 있다.21일에는 전지구당위원장들을 대동하고 청와대에 들어간다.
민자당이 일단 제모습을 찾고있다.혼란의 가닥들을 풀기 시작했다.일단 지난 일은 묻어두기로 한 것 같다.하기야 잘잘못을 가려봐야 남는게 없다.또다른 혼선만 초래할뿐이다.선거만 망치게 된다는 위기감 때문인듯 하다.
민자당 당직자들은 16일부터 갑자기 입조심을 하기 시작했다.
책임론도 일단 수면아래로 들어갔다.
민정계 의원들도 잇단 모임을 갖기 시작했다.그들로서는 李대표를 걱정해야 된다.어찌됐든 李대표는 민정계 관리인이다.때문에 그들은 李대표체제의 안정을 위해 협력하기로 의견을 모아가고 있다. 황낙주(黃珞周)의장도 의원들을 연쇄접촉하고 있다.자신의 고충을 설명하고 있다.민정계의원들과도 좋은 관계를 갖고있는 그다. 대통령의 귀국이 분위기를 반전시켰다.과연 대통령의 영향력을 실감케 한다.모두가 청와대 눈치를 보고있다.
그러나 민자당이 현재상황을 완전 수습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앙금은 남아있기 때문이다.지금의 수습은 봉합의 수준을 넘지못한다. 그에대한 대통령의 인식이 필요하다는 견해가 많다.시간이 지나면 어떤 형태로든 정리가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만만치 않다. 특히 지방선거를 치르자면 결국 실세들이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그런점에서 최형우(崔炯佑)의원과 김윤환(金潤煥)정무장관의 위치변화에 신경을 쓰고 있다.
이춘구-김덕룡체제에 이 두사람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는 방안을모색할 것으로 보인다.눈앞의 선거때문이다.
〈李年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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