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 州 합류하며 ‘수퍼 화요일’ 탄생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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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호 10면

미국 대통령 선거는 규칙을 알면 재미있고 모르면 재미없는 운동 경기와 같다. 꽤 복잡하다. 앨 고어 민주당 후보가 일반 유권자 표를 더 많이 얻고도 대권을 조지 W 부시 후보에게 내준 2000년의 모순이 미국 선거제도엔 들어 있다. 미 대선의 A to Z를 문답식으로 풀어본다.

미국 선거제도 A에서 Z까지

코커스(caucus)와 프라이머리(primary)는 어떻게 다른가.
민주당과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를 뽑는 일종의 경선 과정으로 전당대회 대의원을 뽑는 행사다. 코커스에는 당원들이, 프라이머리에는 일반 국민들도 참여한다. 당원대회와 예비선거로 각각 번역된다. 선호하는 대통령 후보에게 투표하기도 하고, ‘대선 후보 ○○○를 지지하는 대의원 ○○○’에게 투표하기도 한다. 주(州)에 따라 다르다. 전자는 당 대선위원회가 투표 결과를 토대로 대의원을 배당한다.

아이오와주와 뉴햄프셔주가 주목받는 이유는.
당원대회와 예비선거를 가장 먼저 실시하기 때문이다. 아이오와주는 ‘뉴햄프셔 예비선거보다 먼저 당원대회를 실시한다’는 규정을, 뉴햄프셔주는 ‘어떤 주보다 먼저 예비선거를 실시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다른 주가 먼저 실시해 보려고 하지만 쉽지 않다고 한다. 두 지역 예비선거에서 승리한 후보는 전국적 후보로 부상하는 기회를 갖게 된다. 뉴햄프셔에서 1위를 하지 못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사례는 클린턴과 조지 W 부시뿐이었다.

‘수퍼 화요일’이란.
‘쓰나미 화요일’이라고도 한다. 캘리포니아·뉴욕 주 등 대의원 수가 많은 주가 동시에 프라이머리·코커스를 치르는 날이다. 대선 초반 동북부·중서부 주들이 예비선거로 집중 조명을 받자 남부 주들이 영향력 확대를 위해 연초 같은 날에 치르면서 유래했다. 해마다 날짜가 다르다. 올해는 2월 5일이다. 민주당은 22개 주, 공화당은 21개 주에서 치른다. 당 대선 후보의 윤곽이 드러나는 계기가 된다. 1992년 초반에 삐걱거렸던 클린턴은 수퍼 화요일에 대승을 거두며 기사회생했다.

왜 화요일인가.
정확히 말하면 2월의 첫 번째 월요일 다음 날이다. 건국 초기 광활한 땅에 통신망이 발달하지 않은 게 이유였다. 월요일에 실시하면 기독교 안식일인 일요일에 집을 나서야 한다는 점이 감안됐다. 토요일은 장이 서는 지역이 많았고, 목요일은 영국의 의회 선거날이라 불쾌히 여겨 피했다고 한다. 대선이 치러지는 11월은 추수 뒤 한가로운 때다. 1년 중 전국이 고루 날씨가 좋을 때다.

전당대회는.
1월부터 시작된 예비선거를 마무리하는 대회다. 여름~초가을에 열린다. 코커스와 프라이머리를 통해 선출 또는 지명된 대의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당의 대통령·부통령 후보를 공식 지명하고 정강 정책을 채택한다. 이날 이후로 대선 레이스는 공화당 후보와 민주당 후보 간 경쟁구도로 바뀐다.

선거인단 선거란.
11월 첫 번째 월요일 다음 날 모든 유권자가 선거인단을 뽑는 날이 실제 대선이다. 전국의 선거인단 538명 중 과반수인 270명 이상을 확보하는 후보가 승리한다. 각 주에서 다수 표를 얻은 정당의 후보가 해당 주에 배당된 선거인을 모두 차지하는 승자독식(winner takes all) 방식이다. 예를 들어 선거인단 27석의 플로리다주에서 A후보의 득표율이 B후보를 1표라도 앞서면 선거인단을 모두 차지한다. 앨 고어가 2000년 대선 당시 득표 시비가 일었던 플로리다에서 져 분루를 삼킨 것은 이 제도 때문이다.

메인주와 네브래스카주는 승자독식이 아니라 득표 비율에 따라 선거인단을 나눠 갖는다. 각 주 선거인단 수는 그 주의 상·하원 의원 수(535명)와 같고 워싱턴 DC 3명을 더해 538명이다. 만약 대통령 후보자 가운데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하원이 선거인단 투표 상위 3명 중에서 승자를 정한다.

간접선거를 하는 이유는.
건국 초기 의회가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는 의견과 직접 선거로 뽑아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는 바람에 절충안으로 선거인단 제도가 나왔다. 전체 득표를 많이 하고도 선거인단 확보에 실패해 대권을 내주는 것이 불공정하다는 문제 제기가 계속되지만 바뀌지는 않을 것 같다. 후보들이 작은 주에도 신경을 쓰는 효과가 있다는 주장이 만만찮다. 선거인단은 12월의 둘째 수요일 다음의 첫째 월요일에 만나 대통령·부통령 투표를 실시한다(선거인단은 그 전에 특정 후보를 지지하기로 서약한다). 대통령 취임은 1월 20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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