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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錢국구'오명 씻고 '專국구'로 진화 중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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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호 10면

오는 4월 총선에서 선출되는 18대 비례대표 의원도 최소 절반은 여성이 차지하게 된다. 2005년 공직선거법이 개정되면서 비례대표 의원의 50%는 아예 여성을 배정하도록 의무화했기 때문이다. 17대 때도 각 당 비례대표 의원의 절반 이상이 여성으로 배치됐지만 당 차원의 결정이었을 뿐 법적인 의무는 아니었다. 첫 50% 여성 의무배정을 앞두고 벌써부터 여성계 인사들이 당의 공천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후문이다.
현행 비례대표제는 1인2표제가 적용된다. 유권자는 지역구 후보에게 한 표를 던지고, 별도로 지지 정당에 대한 투표도 한다. 이 정당 득표수에 따라 비례대표 의원 수가 당별로 배정된다. 17대 총선 이전에는 1인1표제가 적용돼 각 지역구에서 출마 후보가 얻는 정당별 표수를 계산해 비례대표(전국구) 의원이 배정됐다. 이 방식은 2001년 9월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을 받았다.

비례대표 의원 변천사

1인2표제가 처음 도입된 17대 총선에서 민노당은 지역구에선 한 석밖에 못 얻었지만 높은 정당지지율(13%) 덕에 비례대표 8석을 차지했다. 반면 지역구에서 네 석을 얻었던 자민련은 낮은 정당지지율 때문에 비례대표 1번인 김종필 총재마저 낙선했다. 지난 대선 때 이회창 후보의 득표율이 15%에 달했던 자유선진당은 18대 총선에서 비례대표 의석 다수 확보에 기대를 걸고 있다.

비례대표제는 입법기관인 국회에 전문가 집단이나 소수 계층을 대변하는 인사들을 참여시켜 구성을 다양화하겠다는 취지에서 도입된 것이다. 하지만 취지와 달리 당내 지역구 공천 탈락자를 배려하거나 심지어 선거자금을 모으는 도구로 악용되기도 했다. 1980∼90년대에는 정당에서 선거자금을 끌어 모으려고 재력가들을 전국구 당선권에 배치해 주고 거액의 공천헌금을 받는 일도 많아 ‘전(錢)국구’라는 비아냥도 들었다.
13대 총선에서 평민당은 김대중(DJ) 총재를 전국구 11번에 배정하는 작전으로 제1야당이 되는 성과를 거뒀다. “안 찍어주면 DJ도 떨어진다”는 ‘벼랑 끝’ 전술이 호남 민심을 자극하면서 표가 몰렸기 때문이다. 이 전략을 모방하듯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도 비례대표 후보 22번이 돼 배수진을 쳤지만 ‘노인 폄하 발언’이 터지면서 후보에서 사퇴했다.

지금까지 비례대표 의원을 가장 많이 한 사람은 민주당 김종인 의원으로 무려 4차례(11·12·14·17대)나 비례대표(전국구)의원을 지내는 행운을 누렸다.

비례대표 의원이 사퇴할 경우 다음 순번 예비후보가 의원직을 승계하게 된다. 96년에는 14대 국회 임기 만료를 불과 몇 달 앞두고 정계 개편으로 인해 전국구 의원들이 무더기로 탈당하면서 의원직을 잃었다. 이 때문에 예비후보 31명이 전국구를 승계했으며, 승계한 후보들까지 탈당하면서 전국구 예비후보가 동이 나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졌다.
임기는 짧았지만 이들이 누리는 실리는 짭짤했다. 헌정회육성법에 따라 의원을 했던 사람은 65세부터 연로지원금으로 월 100만원을 국고에서 지원받는다.

서울대 박찬욱(정치학) 교수는 “정치적으로 악용도 됐지만 비례대표제는 사표 방지와 소수대표 확대 외에도 국회 입법 과정의 질적 수준을 높이는 차원에서 점점 더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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