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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계도 우먼파워 시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2면

충무로 영화계에 여성 전문인력 바람이 불고 있다.
지금까지 충무로의 여성인력은 주로 기획등 아이디어로 승부하는분야에 집중됐으나 최근들어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를 개척해 누구도 넘볼 수 없는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대표적 여성들은 마케팅의 박유신(27),광고의 정승혜(30),큐레이터 김유경(25)씨등.
모인그룹의 박유신씨는 뛰어난 중국어실력을 무기로 중국.홍콩영화 부문에서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93년 외대 동시통역대학원을 마친 동시통역사로 영화계에 뛰어들어 중국.홍콩영화의 마케팅 분야에서 독보적 위치를 굳히고 있다. 지난해 12월 개봉됐던 『정무문』과 현재 상영중인 『영웅』등 두편의 이연걸 주연 영화가 흥행에 성공한 것은 박씨의 중국어 실력에 힘입은 바 크다는 것이 충무로의 평가다.
박씨는 영화제작 과정에서부터 홍콩측 제작자와 접촉,한국인의 느낌에 맞게 배우들의 복장.배경등을 바꾸게 설득했는가 하면 이연걸의 방한을 성사시켜 영화흥행에 큰 보탬이 됐다.
대학시절부터 중국영화를 좋아하던 차에 홍콩스타들을 직접 볼수있다는데 마음이 끌려 영화일을 하게됐다는 박씨는 이젠 아무리 스타라도 연기내용을 냉정히 분석 비판해 상품성을 따지는 프로영화인으로 변신했다.
그녀는 『앞으로 중국 또는 홍콩과의 합작으로 수준높은 영화를기획하는 것이 꿈』이라고 밝힌다.
영화광고기획사인 시네월드의 카피라이터 정승혜씨는 영화전문광고의 영역을 독자적으로 개척해 이 분야 최고전문가 대접을 받고 있다. 89년부터 영화계에 뛰어든 정씨는 『아빠 플리즈,오른쪽모유는 제거예요』(미스터 맘마),『어느땐 그 사람 옷의 작은 단추이고 싶다』(첫사랑)등 톡톡 튀는 신세대풍 문구를 영화광고에 도입,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지금까지 3백여편의 영화광고를쓰고 디자인까지 해 그녀의 손을 거친 광고전단은 1천5백만장에이른다. 정씨는 『영화광고를 천직으로 생각하지만 영화계의 여러업무를 두루 알고 직접 뛰고 싶다』고 말한다.
독특하고 생소한 이름의 만화영화 큐레이터직을 스스로 개척한 용성시네콤사의 김유경씨.그려지는 그림을 일일이 챙겨 장면의 성격이나 기획의도에 맞는지 파악하고 필요하면 수정작업을 지시하는업무다.완성전까지 움직이는 화면을 볼 수 없는 만화영화의 특성상 생긴 업무다.
지난해 큰 화제를 모았던 『블루시걸』에서 이 일을 맡아 한국최초의 장편만화영화 큐레이터가 됐다.
『어려서부터 만화와 영화를 모두 좋아했는데 큐레이터일을 할 사람을 찾는다기에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고 합류했다』는 김씨는 『앞으로 만화영화 평론.기획등을 공부해 만화영화 최고 전문가가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힌다.
蔡仁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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