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화두는 패셔놀로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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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세 이노디자인 대표가 1일 서울 압구정동 CGV 영화관에서 직접 디자인한 가방 ‘트랜스폼 백’을 들고 있다. [사진=최승식 기자]

“기술이 패션을 만나면 패셔놀로지(패션+테크놀로지)가 됩니다. 지금까지 패션은 주로 유럽이 주도하고, 기술은 미국과 일본의 몫이었다면 패셔놀로지는 한국 몫이 돼야 합니다.”

유명한 산업디자이너 김영세(58) 이노디자인 대표의 요즘 화두는 패셔놀로지다. 휴대전화·노트북·휴대용 멀티미디어플레이어(PMP)·MP3 등 디지털 기기에 패션 감성을 입히는 작업이다.

1일 그는 그동안 매달려온 작업의 결과물을 내놓았다. 서울 강남의 대형 극장에서 ‘엠비오 by 김영세’ 가방 컬렉션을 출시한 것이다. 제일모직의 남성 패션 브랜드인 엠비오와 손잡고 패션에 디지털을 입혔다. 트렌드를 앞서가는 디자이너·사진가·예술가 등 전문직 종사자의 직업적 특색과 라이프 스타일을 반영한 11개 종류의 가방을 만들었다.

가방은 카메라와 MP3, PMP 등 디지털 기기를 많이 사용하는 이들을 위해 편리하고 감각적으로 디자인했다. 디지털 기기의 크기에 따라 내부 구성을 쉽게 바꿀 수 있는 모듈 시스템을 채택했다. 자유자재로 모양을 바꿀 수 있다 해서 ‘트랜스폼 백’으로 불린다.

그의 패셔놀로지 시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걸으면서 영상을 볼 수 있는 선글라스인 ‘쉐이드’는 지난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쇼 ‘CES 2008’에서 올해의 혁신디자인상을 받았다. 여성 화장품인 콤팩트 모양에 바비 인형을 그려 넣은 이노맨의 MP3 플레이어 ‘이노 B2’는 젊은 여성의 디지털 패션 소품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노트북을 세 번 접어 샌드위치 사이즈로 만들어 핸드백에 쏙 들어가게 만든 와이브로 단말기인 삼성 애니콜 SPH 2000(2200)도 디지털이 패션이 된 사례다.

그는 기능 위주인 생활가전 제품에도 패션을 입히고 있다. 최근 출시된 LG전자 냉장고 디오스 모노블랙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태극문양을 선의 미학으로 풀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대표는 “생활 속에 깊이 들어와 있는 디지털 기기에 패션을 입히는 작업은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이런 시도는 앞으로 더 다양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박현영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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