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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서울대학교><특별기고>17.서울대 質경쟁해 거듭나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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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中央日報가 연재중인 「국립 서울대학교」를 읽고 포항공대 徐義鎬교수가 서울대와 우리나라 대학교육의 현실을 진단한 글을 보내와 싣습니다.
[편집자註] 中央日報에 연재되고 있는「국립 서울대학교-수재 뽑아 범재 만드는 교육 실상」을 읽으며「과연 서울대는 있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요새 자주 쓰이는 말로「서울대는 없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서울대의 실상에 대해 파헤치고 있기 때문이다.그러나 사실상 서울대의 문제는 한국 전체 대학교육의 문제와,그리고 한국 전체의 대학교육에 관한 사회환경과 직결되어있다. 전 세계를 통틀어 서울대 만큼 우수한 학생을 대학의 별다른 노력 없이 저절로 모집할 수 있는 대학은 없을 것이다.서울대는 대학의 생명이라고 할수 있는 우수학생 모집에 있어 절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다.그런데도 불구하고 서울대가 세계에서차지하는 위치는 매우 빈약하다.
그 이유는 어디에 있는가.그 책임은 서울대 자체 노력의 빈약에도 상당히 있다.그러한 점이 中央日報의 연재물에 잘 반영되어있다고 본다.
한국 대학환경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경쟁이 존재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경쟁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발전할 수 없다는 것은 간단한 시장원리다.
경쟁에 관한 미국의 예를 보자.필자가 있었던 스탠퍼드대학은 세계적인 공대와 경영대를 보유하고 있지만 매년 합격생 2천3백명중 1천5백명 정도만 최종 등록한다.즉 30~40%의 학생이다른 대학으로 간다는 것이다.그 유명한 하버드대 학도 매년 전국의 우수 고교생을 대상으로 장학금 혜택을 선전하며 여러차례 안내문을 보내 우수학생 유치에 혼신의 힘을 기울이고 있다.MIT 기계공학과 서남표 교수의 말에 의하면 MIT 조교수의 생존율(부교수로 승진하여 종신직이 될 확 률)은 학과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30~40% 정도라고 한다.즉 3명중 1명 정도만 승진한다는 것이다.이것은 탈락의 경우이나,종신직이 보장된 부교수나 정교수는 자주 다른 대학에 스카우트돼 자리를 옮긴다.
이에 반해 서울대는 어떤가.서울대는 좋은 학생을 모집하기 위한 단 한장의 홍보자료도 고교생들에게 발송하지 않는다.그리고 입학예정자의 99%는 등록한다.조교수로 임명된 교수의 거의 전부가 부교수로 승진한다.교수들을 다른 대학에서 스 카우트해오거나,또 다른 대학으로 자리를 옮기지 않는 정체현상을 보인다.
흥미있는 사실은 서울대가 이러한 정체적 상황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으로 이름난 미국의 대학들보다 더 질좋은 신입생들을 뽑고 있다는 사실이다.사실상 서울대는 주요 학과에 있어 별다른 홍보노력 없이 한국 고교생의 상위 0.1%에 가까운 높은 질의 학생을 모집하고 있다.이러한 학생을 모집하기 위해 서울대가 기울이는 노력은 없다.아니 기울일 필요가 없는 것이 한국의 교육환경이다. 그러니 서울대가 경쟁력을 가질수 있겠는가.가령 TV를파는 회사가 품질 향상에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판매 홍보를 하지 않아도 소비자들이 자사 제품을 서로 사려고 아우성친다면 품질이 향상 되겠는가.
이러한 경쟁이 없는 한국 교육 환경의 책임은 우리 모두에게 있다.이러한 점이 中央日報 연재에 좀더 부각돼야 한다.
먼저 언론의 책임이 언급돼야 한다.매년 대학입시가 신문과 방송의 큰 보도거리가 되고 있다.그러나 문제는 대부분의 보도가 서울대 위주라는 점이다.서울대의 입시 결과가 신문 정치.사회면등에 상세히 보도되고 수석합격자는 영웅처럼 취급 된다.전국 TV 뉴스에 톱으로 보도된다.또한 서울대에 많은 합격자를 낸 고교는 큰 일을 한 것처럼 대접받고 있다.입시 외에도,필자가 아는 어느 대학교수는『서울대가 시행하면 무조건 국내최초로 보도된다』고 불평하고 있다.그만큼 다른 대 학의 노력이 보도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것이 있다.언론이 서울대 위주로 보도하고 합격자를 영웅시하는 것은 한국 대학의 경쟁력 강화에는 물론당사자인 서울대의 경쟁력 강화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이러한 언론의 보도상황 아래서는 대학 경쟁력에 있어 자유경쟁에 의한 시장원리가 적용될수 없기 때문이다.
우선 수험생들의 대학 소신지원이 힘들어진다.수험생들이 소신지원할 수 없는 환경이 조성되면 대학의 경쟁력은 기대하기 힘들다.대학의 경쟁력 향상은 대학의 상품인 교육과 연구의 질을 높여구매자인 학생의 관심을 끌수 있는 자유경쟁의 시 장원리가 보장되어야만 기대할 수 있다.복수지원은 선진국에서는 보편화돼 있으며 학생은 결국 한 대학을 선택해야 한다.따라서 대학들이 학생을 타학교에 빼앗기는 것을 당연한 결과로 받아들여야 한다.그러나 우리나라는 이러한 언론의 보도 태 도로 복수합격때의 대학 선택이 자의든,타의든 정해져 있다.
언론의 이러한 보도 태도는 또한 다른 대학 교수 의욕을 크게떨어뜨린다.사회와 정부는 기회만 있으면 각 대학 교수들이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라고 재촉한다.그러나 도대체 경쟁을위해 노력해야할 이유가 있을까.대학의 모든 순 위는 대학별로 정해져 있어 모든 고교생들이 그 순위대로 진학하고 사회도 그렇게 인정하는 현실에서 경쟁이 존재할 이유가 없다.상위 대학은 그 덕으로 대학을 지탱하고 있다.하위 대학은 아무리 노력해도 오르지 않는 순위를 낙담하고 있다.
이것이 한국 대학의 현실이다.따라서 서울대가 내실을 통한 순위 유지에 걱정할 이유가 별로 없는 상황이다.
패기에 넘치는 많은 젊은 교수들이 일률적으로 등수가 매겨지는대학의 순위 앞에 무기력하게 교육과 연구 의욕을 잃고 무너지고있다.학교의 질을 높이기 위해 많은 애를 쓰고 연구와 교육에 열중하고 있는 어떤 교수는 커트라인 1점을 올 리는 것이 너무힘들다는 푸념을 하고 있다.많은 대학교수들이 여러 대학에 걸쳐전국적으로 산재해 있고,또 상당수의 대학들이 대학의 수월성을 위해 애쓰고 있다.그러나 서울대 합격만이 언론에 영웅시되는 환경아래에서 교수들이 훌륭한 연구 를 하고 교육환경 개선에 힘쓴들 좋은 학생을 모집할 수 있겠는가.많은 대학의 교수들이 이러한 현실 앞에서 교육과 연구의욕을 잃고 있다.그리고 서울대는 이러한 환경에 안주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의 책임은 전부 언론에 있는 것만은 아니다.우리 사회 전반의 무조건적 일류지향적 사고에도 있다.정부에도 있다.
교육당국이 시.도별 교육성과를 서울대 합격자수로 결정한다고 한다.그러나 최근 대통령이 전통적으로 방문하던 서울 대 졸업식에가지 않고 이화여대에 참석한 것은 매우 중요한 발전이다.따라서사회 전반의 비정상적인 상황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노력과 언론 보도 태도의 객관화가 우리 대학의 경쟁력 향상에 크게 기여하고결국 서울대 발전을 촉구할 수 있 을 것이다.
지난해 中央日報가 처음으로 벌인 대학 평가 작업은 그러한 점에서 매우 주목할만 하다.그러나 한발 더 나아간 발상은 대학의전공별 순위를 매기는 일이다.대학의 순위를 일률적으로 매겨서는안되며 전공분야마다 달라야 하고,그러한 순위도 매년 변할 수 있어야 한다.그리고 고객인 학생은 달라지는 순위에 의해 대학을선택할 수 있도록 언론이 유도해야 한다.그래야만 대학들이 상품인 교육과 연구의 질을 높이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기울이게 되고 따라서 한국 대학의 경쟁력이 향상될 수 있는 것이다.대부분의 선진국은 통념상 명문교가 있으나 전공별로 대학의 순위가 다르다.미국의 경우 다양한 전공별 순위가 오늘날 대학의 경쟁을 유발시켜 고등교육의 질에 있어 세계를 리드하고 있는 것이다.선진국의 언론들은 이 러한 전공별 대학 순위를 발표,대학간의 경쟁을 유도하고 있으며 특정대학을 영웅시하는 보도를 하지 않는다. 상품의 경우는 그 상품의 질과 시장점유율이 대체로 일치한다.그러나 분명한 우리의 현실은 대학의 상품인 교육.연구의 질과대학의 순위가 일치하지 않는다는데 있다.그것은 언론에 큰 책임이 있다.언론은 보다 대국적이고 국제적인 관점에서 대학에 대한보도를 해야 한다.언론이 각 대학의 전공별 연구와 교육의 질에대한 평가를 해야 하며,전공별로 대학간 경쟁에 불을 붙여야 한다.그래야만 수험생들이 대학을 올바로 선택할 수 있을 것이며 우리 대학의 경쟁력과 함께 서울대 의 경쟁력도 강화될 것이다.
***경쟁 두려워 말라 서울대는 해방후 한국의 중추적 역할을해온 지도자급의 수많은 인재를 배출해왔다.그러나 이것은 서울대가 우수했다기 보다 서울대를 다닌 사람들이 우수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서울대는 이제 거듭나야 한다.가만히 앉아 있어도 우수학생을 모집 할 수 있고 대학의 내실과 관계없이 인정받을 수 있다는 사고에서 탈피해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다른 대학은 신입생커트라인을 1점 올리기 위해 피눈물나는 노력을 하고 있는데 비해 아무 노력도 없이 최고의 학생이 몰려드는 현실을 즐겨서 는안된다.뼈를 깎는 각고를 통해 세계적 수준의 대학으로 도약해야한다.세계에서 가장 안정되게 우수학생을 공급받을 수 있는 서울대가 가장 경쟁력 없는 대학으로 남아서는 안된다.
서울대의 거듭나기에는 스스로 우수학생들이 몰려든다 해도 이들에게 진정으로 서울대의 우수성을 알리는 홍보를 할 수 있어야 한다.또한 진정한 경쟁체제하에서는 모든 전공 분야가 국내 1등이 될 수 없음을 인정하고 스스로 경쟁의 대열에 몸을 던져 경쟁에 의해 국내 1등임을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국제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연구능력을 강화해 연구논문을 국제저널에 발표하고 교육의 질도 국제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국내외에 있어 경쟁을 두려워 말고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서울대는 거듭나야 한다.
***필자약력 ▲서울대 공대 졸업▲한국과학기술원 산업공학석사▲美 스탠퍼드대 공업경제학석사▲美 일리노이대 경영학박사▲美 오클라호마주립대 조교수▲포항공대 부교수,기술혁신 최고경영자과정 주임교수 ***〈요지〉 ▲한국 대학에는 경쟁적인 환경이 존재하지 않으며,경쟁이 없으면 발전할 수 없다는 것은 간단한 시장원리다. ▲이는 서울대 위주의 언론 보도와 사회전반의 일류지향적사고로 인해 모든 대학의 랭킹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대학의 랭킹은 연구와 교육의 질로 평가되어야 하며,전공별로대학의 랭킹이 발표돼 경쟁을 유도해야 한다.
▲서울대는 현실 안주에서 탈피,경쟁의 대열에 몸을 던져 세계적인 수준의 대학으로 거듭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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