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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그녀가 만지면 뜬다 … 케이블 TV 화제작 제조기 김태은 PD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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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소위 ‘얼짱’이라 불리는 꽃미남이 먹잇감이다. 이들이 미친 여자와 단둘이 엘리베이터에 갇히는 등의 황당한 상황을 연출해 몰래카메라로 촬영한다. 케이블 음악 전문채널 엠넷(Mnet)의 ‘치욕! 꽃미남 아롱사태’는 꽃미남의 스타일이 구겨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독특한 몰카 프로그램이다. 비록 시청률은 1% 고지를 넘기지 못했지만 프로그램 검색어 순위에선 무적의 ‘무한도전’과 선두를 다툰다. 케이블 차트 프로그램의 일대 변혁을 몰고 온 ‘재용의 순결한 19’부터 ‘DJ풋사과 사운드’ 등 속된 말로 ‘골 때리는’ 프로그램만 만들어낸 입사 5년차 김태은(28·사진) PD의 작품이다. 그는 대체 어떤 정신세계를 가졌기에 이런 프로그램을 만들어내는 걸까.

-왜 남자만 출연시키나.

“여자들은 함부로 납치할 수 없지 않나. 게다가 내가 여자라, 꽃미남 얼굴 보며 편집하는 게 더 행복하다.”

-프로그램 이름이 독특하다.

“꽃미남이 뭔가 흐릿하고 아롱아롱한 사태에 처한다는 뜻이다. 아롱사태가 고기 부위인 건 나중에 알았다.”

-사회자 경험이 없는 힙합가수 미쓰라진(25)을 MC로 택했다.

“망가지는 걸 즐기는 성격이라 딱 맞았다. 검증된 MC보단 새 얼굴이 좋다.”

-MC가 국어책 읽는 듯한 말투다.

“어차피 대본 읽는 거 시청자도 뻔히 아니까 그냥 보고 읽으라고 했다. 대본도 미리 주지 않는다. 대본을 처음 보고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터지는 웃음이 좋아서다.”

-스튜디오 배경이 유치 찬란하다.

“프로그램이 4차원적이니 세트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오래전부터 1980년대를 지향하고 싶었다. 예고나 세트·의상·자막도 일부러 촌스러운 스타일로 골랐다.”

-왜 80년대인가.

“그냥 옛날 게 다 좋아 보인다.”

-어린 시절이 어땠기에.

“믿거나 말거나 혼자 책 읽는 시간이 많았다.”

-그 다음엔.

“중학교 땐 생각 없이 놀고, 고교 땐 음악 하고 싶어서 음악 공부했다.”

-놀았다는 건.

“땡땡이 치다 혼나기도 하고…. 담배를 중1 때 처음 배웠다. 거의 탈선지경이랄까? 고교 땐 공부도 했다.”

-학원은 다녔나.

“안 갔다. 수업 시간에 자고 쉬는 시간에 공부했다. 남이 가르쳐주는 건 체질적으로 받아들이기 싫었다. 내가 책 보고 스스로 배우는 게 더 쉬웠다.”

-대학은.

“성균관대 영상학과 나왔다. 어떻게 대학에 갔나 모르겠다. 내신은 최하위인데 수능은 잘 나왔다. 나 같은 사람도 대학 갈 수 있는 운 좋은 입시제도였다.”

-부모님은 걱정 안 하셨나.

“안 된다는 말씀을 안 하셨다. 대학 땐 힙합 댄서가 되고 싶어 밤새 춤 연습하느라 6개월가량을 나가 살다시피 한 적도 있다. 처음엔 걱정하셨겠지만 한계선은 안 넘어간다는 걸 아셨던 거다. 적어도 가출은 안 했다.”

-이경규의 몰카였다면 몰매 맞았을 내용이 많다.

“이경규 몰카의 핵심이 ‘속느냐 안 속느냐’라면, 우리 건 속든 안 속든 시트콤 같은 상황에 초점을 맞춘다. 엘리베이터에서 광녀(미친 여자)가 오줌을 싼다는 설정 같은, 공중파에서 다룰 수 없는 ‘또라이’같은 내용을 담고 싶었다.”

-광녀역으로 스태프가 나오던데.

“스태프가 연기하는 게 제일 재미있다. 컨셉트를 가장 잘 알기 때문이다. 같은 돈이라면 스태프에게 연기를 시키고 용역을 불러 기술을 맡기는 게 더 효율적이다.”

-PD는 출연 안 하나.

“온 스태프가 데모해도 난 연기를 못 해 안 나간다.”

-눈 그림이 그려진 안경을 쓴 ‘피해자의 모임’은 누군가.

“비주얼 좋은, 즉, 몸매 안 되는 아이들을 골라 출연시킨다. 희망자도 많다.”

-도대체 꽃미남에게 무슨 피해를 당했다고.

“차였다, 고백했는데 쳐다보지도 않는다 등이다.”

-몰카 대상들이 하나같이 웃으며 넘어가더라.

“사전 조사 결과 방송 좋아하고, 성격 좋다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다. 또 얼짱들은 기본적으로 연예인 될 생각이 있다. 10대 사이에선 반 스타니까.”

-주 시청층인 10대에 소구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

“철이 없어 굳이 노력 안 해도 10대 수준이다.”

-인터넷 어휘를 많이 갖다 쓰는데.

“무조건 다 다르게 하고 싶었다. 솔직히 국어 발전에 저해가 되긴 하지만…. 내가 10대가 아니라서 오히려 10대이고픈 욕구가 있나 보다.”

-1주일 내내 일하나.

“단 하루도 못 쉬고 스태프 모두 회사에서 숙식한다. 인간답게 살 수 없어 최근 AD와 작가를 추가로 뽑았다.”

-뭘 보고 뽑나.

“‘똘끼(독특하고 괴짜스러운 성격)’를 본다. 기술은 금방 배울 수 있지만 아이디어는 가르칠 수 없어서다.”

-똘끼를 확인하는 방법은.

“일단 비주얼(외모)부터 본다. 살아온 세월은 숨길 수 없으니까. 그 다음엔 아이템 회의에 참석시켜 정신세계를 확인한다. 독특한 사람을 선호한다.”

글=이경희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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