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격려 쏟아진 "한국版 장발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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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세상이 그리 삭막한 것만은 아닙니다.우리 회사에서 일자리를마련해주겠습니다』『좁은 공장이지만 함께 먹고 자며 사람으로 만들어보겠어요.』 출소 33시간만에 절도미수죄로 구속된 김동희(金東熙)씨의 이야기가 보도된 8일 본사 편집국에는 전국 각지에서 독자들의 많은 전화가 쏟아졌다.엉엉 울면서『영치금이라도 보내고 싶다』는 어느 아주머니의 전화에서『나도 전과가 있는데 열심 히 살고있다.金씨가 용기를 잃어서는 안된다』는 격려성,『불쌍하니 무조건 풀어달라』는 호소형의 전화도 있었다.
일자리를 마련해 주겠다는 독지가만도 10여명을 넘어서는등 전화의 사연마다 金씨에게 이 사회의 따뜻함을 보여주겠다는 마음이담겨져 있었다.
물론『전과자들은 으레 그런식으로 억울하다고 말하곤 한다』『실정법을 어긴 것이 확실한데 지나치게 범죄를 미화하는 것이 아니냐』『동정심만으로 무슨 문제가 해결되느냐』는 의견도 없는 것은아니었다.
습관적인 도벽을 주체하지 못하고 남의 집 담을 넘어선 金씨는그 무엇으로도 변명할 수 없는 범죄를 저질렀음에 틀림없다.우리사회의 상식을 지켜주는 준거의 틀인 법을 어기는 사람을 그냥 방치할 수만은 없기 때문에 그가 응당한 대가를 치러야 함은 마땅하다. 그러나 정상적인 사회 구성원의 일원으로 합류하려했으나오히려 배척하고 따돌린 우리 사회의 현실도 외면할 수 없다.
金씨처럼 출소-수감을 되풀이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방안은무엇일까.
형벌보다는 교정위주의 정책이 절실하다는등 다양한 제도개선에 앞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죄는 미워하되 인간은 미워하지말라」는 말속에 담겨있는 인간사랑의 정신으로 주변의 범죄자를 대하는의식변화가 필요한 것같다.양적 성장을 거듭해온 우리 사회에서 언제부터인가 인간에 대한 애착과 따뜻한 애정이 하나 둘씩 사라져가고 있어 제2,제3의 金씨가 언제라도 다시 등장할 가능성은여전히 남아있다.
〈洪炳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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