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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최근 국제금융 혼란 무엇이 문제인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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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금년초에 들어와 경험한 멕시코 페소貨 폭락사태에 이어 달러貨가 최근 연일 급락하더니 급기야 달러당 90엔선이 무너졌다.
이러한 상황을 보며 일부에서는 세계외환시장이 파탄지경에 이르거나 끝없는 혼미상황에 빠져들게 될 것이라고 비관론을 펴는 것을 볼 수 있다.이러한 비관론은 좀 과장된 것이긴 하지만 기존의 국제통화제도가 오늘날 소위「금융세계화」시대상황 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체제로 돼있지 않다는 점과 세계외환시장의 안정유지를 위한 긴밀한 국제협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본다.먼저 멕시코 페소貨 폭락사태를 돌이켜보자.물론 이 사태는 멕시코 내부사정에서 그 근원을 찾을 수 있는 것이 사실이나 이러한 사태가 벌어졌을 때기존의 국제통화기금(IMF)이 신속하게 충분한 자금여력으로 대처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있었더라면 이 사태가 가져다준 세계외환시장에 미친 부작용 을 단기간에 해소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다행히도 페소貨사태는 멕시코와 미국의 특수한 관계에 따른 미국의 도움으로 그 심각성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었다.
그럼 최근에 일어나고 있는 달러貨 가치급락의 근본원인은 무엇이며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될 것인가를 생각해보자.현재 미국경제는 과거의 호황-불황의 심한 경기순환과정을 거치지 않고 1991년 이래 5년째 계속해서 물가안정을 유지하면서 상당한 호황을 누리고 있다.여기에는 과거와 다른 사전적 정책대응이 주효했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주장이다.특히 그동안 경기과열에 의한 물가상승을 막을 수 있도록 금리를 사전에 지속적으로 소폭씩상향조정해온 것이 안정성장을 지속하 는데 큰 역할을 해왔다고 보는 것이다.그런데 최근에 와서는 경기과열과 물가상승에 대한 우려가 줄어들었다는 판단에서 미국의 금융정책당국은 이제 단기금리를 하향조정할 수 있다는 뜻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때에 미국이 달러貨의 약세를 진정으로 우려하고 있을 것인가.물론 클린턴 대통령과 루빈 재무장관은 강한 달러貨가 미국 국익에 중요하다는 말을 하고 있을 뿐 아니라 지난 수일간 미국통화당국은 달러貨 가치유지를 위한 약간의 달러 貨 매입시책을 펴기도 했다.그러나 달러貨 약세는 일본과의 국제수지적자를 줄이는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달러貨 약세에 의한 물가상승우려가 크지 않은 현시점에서 달러貨지지정책을 강력히 펼 것인지 의문이 가지 않을 수 없다.오히려 미국은 일본이 이미 낮은 수준에 있는 금리마저 더욱 낮출 뿐 아니라 통화량도 더 늘리는등 엔貨의 약세를 유도할 수 있는 좀더 강력한 시책을 펴줄 것을 바라고 있다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도 불구하고 일본정책당국은 미국을 포함하는 주요국의 외환시장개입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오늘날세계화된 금융시장규모를 고려할때 단순한 시장개입이 어느정도 성공하기 위하여서도 그 시장개입규모가 대대적이어야 할 뿐 아니라강.약세통화국의 긴밀한 협조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여하간 최근의 혼미한 외환시장이 궁극적인 파탄으로 연결될 것으로는 보이지 않으나 달라진 세계금융시장여건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제도적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는 논의가 심도있게 펼쳐지는계기가 되었으면 한다.특히 그동안 논의되어온 달러貨및 엔貨를 기축으로하는 「탄력적 목표환율대」의 도입과 더불어 IMF의 외환시장위기관리 기능강화와 기금확충에 관한 진지한 검토가 있어야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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