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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신비>재두루미의 비극-사람에 길들여지면 野性잃는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5면

자연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그래서 멸종되어 가는재두루미를 인공번식시켜 자연으로 돌려보내려는 시도에 모두가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그러나 그 결과는 암컷 한마리가 트럭에 치여 죽고 말았고 남아있던 한 마리의 수컷 은 다시 잡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재두루미가 천연기념물이자 희귀조류인 것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다른 나라에서도 마찬가지다.그래서 인공번식시켜 자연으로 돌려보내려는 노력을 우리 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야생조류연구단체에서도 하고 있다.그러나 국내에서 처음 실시한 이 번 재두루미의인공번식은 시작부터 이런 결과가 예견된 것이었다.아직도 그 원인을 야생생활의 적응훈련 부족으로 돌리고 있다면 하루속히 새의행동에 대한 연구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것이다.
새들은 특이한 학습종류인 각인(刻印)을 통해 적응을 해왔다.
각인이라고 하면 생후 초기에 듣는 소리나 움직이는 물체의 모습을 기억했다가 그것을 평생 자기 어미나 동료로 알고 따라 다니는 현상을 말한다.우리는 이것을 추종각인(趨縱刻印 )이라고 부른다. 새들은 조숙성(早熟性)조류와 만숙성(晩熟性)조류로 나뉘는데,조숙성 조류라 하면 알에서 깨어나 곧바로 혼자 걸을 수 있는 조류를 말한다.이런 것에는 오리.닭.기러기.두루미와 같은새들이 있다.만숙성 조류는 부화된 후 몸을 가누지 못 하고 먹이도 어미새가 물어다 준 먹이를 입에 넣어 주어야 살아가는 새들을 말한다.이런 새들은 참새.제비.까치와 같은 것들이다.
이들 두 분류의 각인 시기는 각기 다르다.만숙성 조류의 각인에 대한 민감한 시기가 대략 50일 정도라 한다면 조숙성 조류는 부화된후 수시간 혹은 수일에 그친다.이 시기가 지나면 이 각인학습은 전혀 효과가 없다.역설적으로 말해,이 민감한 시기에잘못 각인된 조류는 평생 불구가 되고 만다.그것은 육체적인 불구가 아닌 정신적인 불구자인 것이다.
한 동물원에서 부화된 공작암컷이 철망의 칸막이를 경계로 한 이웃 바다거북에게 각인된 적이 있다.이 공작은 어른이 되어도 수컷의 멋진 날개에 매료되지 못해 짝지을 의사를 보이지 않고 바다거북만 따라다녔다는 이야기는 꾸며낸 이야기가 아닌 바로 잘못된 각인 결과를 보여주는 좋은 예가 된다.
이번에 자연에 버려진 두 마리의 재두루미는 생후 초기에 사람에 의해 각인됐기 때문에 근처에 있던 재두루미 무리에 합세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그것도 생후 초기에 어린 재두루미는 움직이는 자동차가 위험한 것으로 각인되지 못했기 때문에 달려오는 자동차를 피하지 못했다.이 재두루미를 성공적으로 자연의 품으로 돌려보내려고 했다면 좀더 연구가 있어야 했다.부화한 새끼의 눈에는 움직이는 물체,즉 사람이 보이지 않게 했어야 했다.그것을위해 자기 종인 재두루미의 머리 박 제를 이용해서 먹이장소를 가리켜 먹이를 먹게 해야 하며,새끼의 곁에는 항상 따뜻한 것이있게 해야 한다.그리고 주변에는 어미가 새끼를 부를때 내는 소리 이외에는 다른 어떤 소리와도 격리시켜야 된다.두루미는 머리가 아주 영리하다.사육 사들의 얼굴을 구별할 정도로 그 인식 능력은 뛰어나다.그래서 사육사의 옷도 도포처럼 잿빛의 천으로 만들고 얼굴에는 비슷한 천의 가면을 쓰는 세밀함도 있어야 한다. 사람에게 각인된 새는 자연의 품으로 돌아갈 수 없다.그는 아마도 짝짓기 때가 되어도 자기 동료를 찾지 않고 사람들 중에자신의 배우자를 찾기 위해 도시로 올지 모른다.이번의 실패가 점차 사라져가는 우리 자연을 회복시키려는 재도약의 기회가 되길바란다. 朴 是 龍 〈한국교원대교수.동물행동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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