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하승진 잡았다 … 허재가 웃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5면

<그래픽을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신인 드래프트에서 1차 1순위로 하승진을 뽑은 KCC 허재 감독<右>이 포옹을 하고 있다. [뉴시스]

핵폭탄이 전주로 갔다.

전주 KCC가 29일 열린 2008 신인드래프트에서 1순위 지명권을 얻어 2m22cm의 하승진을 지명했다. KCC는 수퍼파워가 됐다. 서장훈이라는 뛰어난 재래식 무기에 핵폭탄급의 위력을 가진 하승진까지 잡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오랫동안 다른 팀들은 핵을 보유한 KCC의 위력에 떨 것이다.

추첨기가 돌자 월드컵 조추첨을 하는 듯한 긴장이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의 드래프트장을 감쌌다. TV 카메라 19개가 오고 기자들도 100명이 넘을 정도로 관심이 집중됐다. 4개 팀이 동일한 조건에서 추첨했는데 1순위에서 KCC에 배정된 흰 구슬이 나왔다.

허재 KCC 감독의 입이 찢어졌다. 앞으로 다시 나오기 힘든, 대물 하승진을 놓고 벌인 이른바 하승진 로또 당첨이다. 하승진을 잡았다는 보고를 받은 농구 매니어 정상영 KCC 명예회장은 “당장 승진이를 집으로 데려오라”고 허재 감독에게 전화를 했다.

허 감독은 “소를 잡아 파티를 할 것 같다”며 기뻐했다. KBL 박광호 경기위원장은 “1순위 당첨은 우승 및 관중 보장, 홍보 보장 등 100억원 이상의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허 감독은 “아침에 돼지꿈을 꾼 사람이 있다고 하기에 뭐든지 다 해줄 테니 팔라고 간청해 샀다”며 “김주성을 뽑을 때도 흰색 구슬이 배정됐는데 이번에도 흰색 구슬이 배정되기에 ‘됐다’ 싶었다”고 했다. 허 감독은 드래프트가 끝난 뒤 한 시간 넘게 상기된 얼굴을 풀지 못했고 “하승진을 잘 키워 한국 농구 발전을 위해 쓰겠다”고 말했다.

전창진 동부 감독은 “김주성을 뽑았던 허 감독이 하승진까지 뽑은 걸 보면 운을 타고났다”며 “이제 허 감독은 작전을 못 해도 감독 생활 길게 할 것 같다”고 농담을 했다.

하승진은 “농구계의 전설 허 감독과 서장훈 선배와 함께 뛰게 되어 영광”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목표는 우승이며 내가 오게 되어 경기가 느리고 재미없어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KBL이 활성화되고 아마추어 농구도 더 인기가 늘도록 노력하고 그러기 위해 팬과 미디어에도 잘하겠다. 기량을 갖추게 되면 다시 NBA 진출을 모색하겠다”고 덧붙였다.

KCC 정찬영 운영팀장은 “숙소와 버스를 개조해야 하고 침대를 새로 들여와야 하며 선수는 이코노미 클래스를 타야 한다는 비행기 운영 규정을 바꿔야 하는 등 30가지는 바꿔야 한다”며 “고생길이 열렸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나 다른 팀에서 “그 고생 우리가 할 테니 바꾸자”고 하자 “절대 안 된다”고 했다.

‘아르헨티나 특급’ 김민수(경희대)는 1라운드 2순위 지명권을 얻은 서울 SK에 입단한다. 3순위에서는 국가대표 윤호영(중앙대)이 원주 동부, 4순위에는 강병현(중앙대)이 인천 전자랜드, 5순위에는 차재영(고려대)이 서울 삼성에 각각 지명됐다.

성호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