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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규제보다 공급 물꼬 터줘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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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옛 중국에 요 임금과 순 임금의 이야기가 있었다. 그 시대에 9년 홍수가 있었는데 요 임금은 치수정책을 둑을 쌓아 물을 막는 방법으로 했으나 결국 홍수를 막지 못했고, 순 임금은 물길을 터주는 정책을 실시해 홍수를 막았다고 한다. 하늘의 뜻에 순하면 통하고 흥하나, 거스르면 막히고 망한다는 이치인 듯하다.

부동산도 이와 같다. 부동산 특히 토지는 경제재화의 하나로 생산과 생활의 수단이 될 뿐만 아니라 투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여태까지의 부동산 정책을 살펴보면 공급을 확대한다는 이유로 수급불균형을 초래하거나 세제를 강화해 시장의 흐름을 막는 등 규제 위주의 정책이 많았다.

대규모 택지개발은 그 공급 효과가 수년 후 주택 입주 시기에 나타나게 된다. 개발 과정에서 토지를 수용함으로써 일시적으로 토지 공급을 축소시키는 반면, 많은 보상금을 지역사회에 토지 매입자금으로 공급함으로써 토지 수요를 확대하게 되고 부동산 가격을 폭등하게 만든다.

또한 한번 상승한 부동산 가격은 내리는 경우가 거의 없다. 많은 조성원가가 투입된 개발택지도 값비싼 주변의 시세 덕분에 손쉽게 분양되기는 한다. 하지만 이미 부동산 시장은 왜곡되고 희소성이 극심한 도심지 부동산은 사회문제로까지 연결되게 된다. 이러한 시장 왜곡을 각종 조세정책 등으로 막아보고자 하나 이는 조그마한 둑으로 홍수를 막고자 하는 것처럼 어려울 뿐만 아니라 문제만 더욱 다양하고 복잡하게 만들어 결국 해결이 불가능하게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우선 부동산을 알아야 한다. 부동산 공급은 원래 국토로 한정돼 있다. 다만 수급상황에 따라 농지, 산지, 택지 등 상호간의 용도변경을 의미할 뿐이다. 비단 택지개발뿐 아니라 누군가 살고 있는 집들도 모두 다 공급이라는 것이다. 또한 이처럼 공급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조금만 모자라도 가격이 끝없이 오르는 속성이 있다. 그래서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주거용 등 긴요한 토지에 대해 항상 조금의 공급초과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조금씩 안정적으로 공급할 필요가 있다. 또 대규모 택지개발, 특히 주택 재건축사업은 주택이 부족할 때 하는 것이 아니라 개발한 택지가 미분양되는 등 공급이 초과될 때, 즉 개발사업으로 인해 공급이 줄어들고 수요가 폭발하더라도 문제가 없을 때 시행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부동산 시장이 그 나름대로의 흐름으로 자연스럽게 흐를 수 있도록 물길을 터주는 수급관리 정책이 이리저리 새는 물을 막으려고 둑을 쌓는 규제정책보다 더욱 정책으로서의 권위와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여철기 한국토지공사 양주사업단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