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펀드 Go? Stop?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0면

올 들어 이날까지 국내에서 300억원 이상 환매(재투자분 제외)가 일어난 펀드 6개는 모두 중국 펀드였다. 세계적으로도 비슷한 추세다. 전문가들의 전망도 엇갈린다. 단기적으로는 중국 투자 비중을 줄여 위험을 분산하라는 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최근 중국 증시 급락이 펀더멘털(기초 체력)의 악화를 반영한 게 아니기 때문에 외국인 매도 공세가 진정되면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속 타는 투자자=현재 해외 펀드에 투자된 돈 중 37%가 중국 펀드에 들어갔다. 브릭스·친디아·아시아 펀드까지 합치면 절반이 넘는 수준이다. 이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4500선이 무너졌다. 7개월 만에 최저치다. 중국 펀드는 평균 최근 3개월 동안 원금의 25%를 까먹었다. 펀드 투자자들의 속이 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연초 중국 증시 급락에도 흔들리지 않던 펀드 투자자도 동요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8월 이전에 가입해 상당한 수익률을 올린 투자자들이 더 늦기 전에 차익을 실현하자며 환매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씨티그룹은 최근 펀드 자금 동향 보고서에서 “한국·대만에서 매도 공세를 펴던 외국인 투자자의 표적이 중국으로 옮겨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엇갈린 전망=증시가 급락하자 장밋빛 일색이던 중국시장 전망도 비관론으로 기울었다. 삼성증권 김학주 센터장은 “중국은 달리는 자전거”라며 “글로벌 유동성 위축으로 투자가 줄게 되면 아직까지 성장을 투자에 의존하는 중국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크레디트스위스(CS)증권은 “아직도 중국 증시가 30% 고평가돼 있다”며 추가 하락 가능성을 경고했다. 반면 장기적으로 중국은 여전히 매력적인 시장이라는 목소리도 강하다. 미래에셋그룹 박현주 회장은 낙관론의 대표주자다. 지금의 진통은 전 세계 경제 권력의 주도권이 중국으로 이양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진통일 뿐 중국의 성장 스토리는 유효하다는 입장이다. 봉쥬르차이나펀드를 총괄하는 BNP파리바의 클로드 티라마니는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를 기점으로 반등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내 펀드 어떻게 할까=지난해 10월 고점에 가입한 이들은 이미 손실 폭이 30% 가까이 난 상태라 섣부른 환매는 손실만 키운다는 지적이 많다. 비교적 일찍 가입해 원금을 까먹고 있지는 않지만 이익이 줄고 있는 투자자는 입장이 좀 다르다. 삼성증권 조완제 연구원은 “중국은 성장성을 고려할 때 장기 투자할 만한 시장”이라며 “다만 중국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면 일부 환매해 위험을 분산하는 게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고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