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홍콩,중국 귀속 우울증 심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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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지난 26일 美中 양국이 지적재산권 협상을 극적으로 타결했으나 이것이 홍콩의 우울증을 회복시키는데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같다. 연 9%의 高인플레와 부동산가치 하락을 경험하고 있는홍콩은 주가(株價)마저 지난 한햇동안 25% 폭락했다.지난 주에는 그동안 본토와 홍콩 투자자들을 중개해온 저우 베이팡이 베이징(北京)에서 체포됐다.그는 부친이 덩샤오핑(鄧小平) 과 오랜 친분을 갖고 있다는 점을 활용,비공식적으로 중국국유재산을 매입해 이를 홍콩 투자자들에게 되팔아 왔다.
베이징 당국은 저우가 범죄행위로 체포됐다고 발표했지만 97년홍콩반환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그대로 믿는 홍콩인들은 거의 없다.鄧의 사망이 임박한 가운데 발생한 이 사건이 반동의조짐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즉 중국이 법치(法治)로 이행한다는 징후가 아직 보이지 않는상황에서 이 사건은 공식적.비공식적인 민영화 작업이 주춤거리고있다는 신호로 보여지고 있다.
홍콩을 비롯한 해외 화교자본들이 중국에 진출하면서 지방당국과힘들게 관계를 쌓아놓았다.일부 화교자본은 권력자들과 혈연관계를맺고 있고 중국 중앙정부도 자본과 첨단기술을 가진 기업들의 합작투자를 적극 환영하고 있다.
문제는 인민해방 군(PLA)을 비롯한 이익집단들이 이 민영화의 이득을 나누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당군사위원회를 통해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고 있는 PLA는 산하에 군산복합체를 거느리고 있는 거대한 공룡이다.
鄧시대에 부를 누려온 이들은 자신들의 경제적인 입지를 높여주는 해외자본의 투자는 환영한다.그러나 저우 베이팡 사건에서 보여주듯 여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어쨌든 중국은 지적재산권 협상에서 최대의 경제대국인 미국에 대항할 충분한 힘이있다는 인상을 주려고 노력했고 이는 결국 홍콩에 반갑지 않은 소식이었다.홍콩은 97년 중국에 반환된 이후에도 외부의 압력을이용,자신의 이익을 보호받거나 적어도 중국당국이 서구식 법을 받아들이는 것이 이익이라는 것을 깨닫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결국 오는 97년에 홍콩이 반환되면 PLA가 소규모 기업들을인수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일어나고 있다.이에 따라 유능한 사업가들이 「동양의 진주」홍콩을 떠나고 있고 이곳은 점차 중국도시로 바뀌고 있다.서구기업들이 영어가 가능한 인력을 구하기가점점 어려워지고 있고 주가와 부동산이 약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이러한 이유에서 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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