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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 근대화論 논쟁 증폭-역사비평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4면

해방 50주년을 맞아 일본 식민통치의 성격과 해방 이후 한국사회의 전개과정을 어떻게 볼 것인가를 둘러싼 논의가 학계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일고 있다.이 논의에 빌미를 제공한 것은 80년대 말 안병직(서울대 경제학과)교수를 중심으로 한 한국근대경제사연구회가 주창한「중진자본주의론」.
「중진자본주의론」이란 한마디로 일제시기의 산업화과정이 생산력의 비약적인 발전을 가져와 60년대 이후 한국 경제발전의 기초를 닦았다는 것이다.이러한 주장에는 일제시기의 생산력 증대가 우리민족 경제의「맹목적 종속」이란 측면보다는 오히 려 선진국을향해 단선적으로 발전하는「근대화」의 전망을 지니고 있었다는 생각이 전제돼 있다.그러나 진보적인 학술계간지『역사비평』봄호는 특집으로 마련한「식민지 근대화론을 비판한다」를 통해 이러한 주장을 본격적으로 비판하고 나서 주목을 끌고 있다.
일본학계 일각에서도 일찍부터 주장돼온「근대화론」은 60년대 이후 한국의 급속한 경제발전성과에 주목하면서 일제의 수탈만을 일방적으로 강조하는「수탈론」을 부정하고 30년대 공업화가 가져온 근대적 측면을 부각시켜왔다.그러나 이 특집에 기고한 배성준(서울대 국사학과 박사과정)씨는「1930년대 일제 조선공업화론비판」이라는 논문을 통해「근대화론」은 일제 식민지당국이 정책적입장에서 30년대의 공업화를「조선산업혁명」이라고 미화했던 이른바「산업혁명론」의 연장선상에 있으 며,중진자본주의론은 바로 이「근대화론」과「동일한 인식지반을 공유」하고 있다고 단정하고 있다.그는「근대화론」이 단선적 발전 전망 속에서 일제시대의 양적발전의 측면만을 부각시킴으로써 식민지지배가 지녔던 수탈의 측면을 보지 못했다고 비 판하고,30년대의 공업화과정은 제국주의경제권의 구조적 모순이 식민지 조선에서 어떻게 발현되는가에 입각해서 파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방 50주년을 계기로 논쟁은 앞으로 더욱 증폭될 전망이다.
아직 학계 일부에서만 논의되고 있는 이 논쟁은 단순히 이론적 논쟁에 머무르지 않고 현실적 의미를 획득하게 될 때 보다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될 것으로 보인다.
〈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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