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여행>壓卷-과거시험 장원답안을 맨위에 놓은데서 유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압(壓)은 염(厭)과 토(土)의 합성자로 본디 厭은「짓누르다」는 뜻이다.짓누르면 답답해 싫다.그래서 「싫을 염」자가 되었다.염증(厭症).염세주의(厭世主義)가 있다.壓은 흙(土)으로 짓누르는(厭) 것이다.옷감 따위를 누르기 위해 흙 벽돌을 사용한 모습이다.
권(卷)은 두 손()으로 어떤 물건을 둘둘 말고() 있는 모습이다. 곧 卷의 본뜻은 「말다」다.사람(人)다리를 말고(卷)있는 모습이 倦(게으를 권),손(手)을 말고 있는 것이 拳(주먹쥘 권),울타리()를 쳐 놓고 가축을 꼼짝 못하게 해 둔 것이 圈(우리 권)이다.
그런데 卷은 후에 책을 뜻하는 글자로 전용되었다.옛날에는 대나무 쪽을 잘라(竹簡) 가죽 끈으로 엮었는데(冊)보관할 때는 두루마리처럼 둘둘 말았던 데서 연유한다.
그래서 지금도 책을 한 卷,두 卷으로 센다.
卷이 책을 뜻하게 된 뒤 나중에는 시험의 답안지도 卷이라고 부르게 되었다.지금도 중국에서는 시험답안지를 시권(試卷)이라고한다. 옛날 과거시험에서 답안지(試卷)를 골라 장원(壯元).방안(榜眼).탐화(探花)라 하여 1,2,3등의 순위를 정했다.이때 가장 훌륭한 답안지를 골라(壯元) 맨위에 올려 놓았는데 그것을「압권(壓卷)」이라고 불렀다.
따라서 지금도 압권이라면 가장 훌륭한 작품을 뜻하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