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joins.com넷카페] 눈앞 수익 골몰 …‘인터넷 미래’ 비전이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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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불과 10년 전만 해도 기업에서 인력을 채용할 때 ‘인터넷 전문가 우대’라는 문구를 자주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요즘 ‘인터넷 전문가’라는 말은 사라졌다. 왜냐하면 인터넷은 수도와 전기처럼 이미 우리 생활의 일부가 돼 있어서 그 뜻이 모호해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우리는 인터넷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는가. 단순히 네티즌이라면 “잘 모른다”라고 대답해도 무방하다. 마치 자동차의 기계적 특성을 몰라도 운전하는 데 지장이 없듯 말이다. 그런데 인터넷 기반의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기업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웹의 창시자인 팀 버너스 리(Tim Berners-Lee)는 얼마 전 파이낸셜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문제를 신랄하게 꼬집었다.

그는 인터넷 기업들이 눈앞의 돈 버는 일에만 골몰하면서 미래의 인터넷에 대한 연구는 소홀히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를 한다고 해도 겨우 18개월 정도 앞만 내다보고 상품이 될 것에 몰두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는 보다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사실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새로운 인터넷 서비스들도 꼼꼼히 따지고 보면 획기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다. ‘참여’ ‘공유’ ‘개방’을 철학으로 하는 웹2.0도 인터넷 버블 붕괴 이후 살아 남은 회사들의 공통점을 사후에 뭉뚱그려 유추해낸 단어일 뿐이다. 오히려 인터넷 버블의 붕괴 이후 관련 기업들은 더욱더 단기적 수익 창출에 매달리고 있는 추세다.

실제로 네티즌의 생활양식, 사고방식의 구체적인 부분이나 그로 인한 사회의 변화에 대한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의 연구는 보잘것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매시업(Mash up)이나 SNS, UCC등과 같은 새로운 서비스는 그것대로 개발해야 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강력한 서비스를 내놓기 힘들다. 버너스 리의 말처럼 제록스나 벨연구소와 같이 인터넷에 대해 보다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연구를 하는 기업이 나와야 한다. 새로운 형태의 웹 ‘인터랙션(Interaction)’ ‘새로운 사회 구조’ ‘기존 민주주의 제도를 바꿀 수 있는 그 무엇’ 등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웹 기술자는 물론이고 경제학자·심리학자·사회학자 등이 보다 큰 틀에서 함께 연구해야 한다. ‘IT 강국 코리아’가 21세기에도 주도권을 잡기 위해선 이처럼 긴 안목에서 인터넷을 연구하는 기업의 탄생이 절실히 요구된다. 

백재현 조인스닷컴 서비스사업부장·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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