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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산책>진로배바둑 한국팀 또우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한국바둑이 또 해냈다.지난 21,22일 이틀간 서울 힐튼호텔에서 두어진「제3회 진로배 세계바둑 최강전」의 주장전(主將戰)에서 조훈현(曺薰鉉)9단이 중국의 녜웨이핑(섭衛平)9단과 일본의 린하이펑(林海峰)9단을 연파해 팀의 우승을 확 정지은 것.
이로써 한국팀은 진로배 3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한국 프로바둑이 93년부터 지금까지 열린 여덟차례의 세계기전을 석권하는 기록도 함께 세웠다.아울러 3년 연속 그랜드슬램의 전망 역시 밝아졌다.
한국팀은 상금 1억원과 함께 3년 연속 제패의 보너스로 1억원짜리 순금컵을 영원히 차지하게 되었다.따라서 曺-林의 최종대국은「2억원짜리 단판승부」였던 셈이다.
이 금빛 찬란한 1억원짜리 우승배를 놓고 한국기원은 즐거운 고민에 빠졌다.그것은 보관의 어려움 때문이다.자칫하다가 월드컵축구의 줄리메컵처럼 도난당하면 큰 일이다.실제로 관철동시절 이당 김은호(金殷鎬)화백의 그림을 도둑 맞은 경험이 있고 보면 더욱 그렇다.
『보험을 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가 하면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변상능력이 있는 曺9단 집에 보관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는 농담까지 나오는등 모두들 희희낙락이다.
그러나 이번 대회의 과정은 출발부터 중국과 일본의 거센 도전에 휘말려 간담이 서늘한 대목도 있었으며 전반적으로 극적인 요소가 많았다.팬들의 관심이 더욱 집중돼 흥행면에서도 대성공이었으니,결과적으로는 오히려 잘 되었지만 국내 바둑팬 들의 가슴을죄게 하는 한판이었다.
돌이켜보면 상하이(上海)대국때 굳게 믿었던 유창혁(劉昌赫)6단을 필두로 서봉수(徐奉洙)9단.양재호(梁宰豪)9단이 단 한판도 건지지 못하고 추풍낙엽처럼 줄줄이 탈락,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도쿄(東京)대국때 비로소 이창호(李昌鎬)7단이 4연승의 강진(强震)을 일으킴으로써 수모를 겪던 한국프로바둑을 위기에서구출했으며,그의 스승 曺9단이 마무리지음으로써 두 사제(師弟)가 도맡아 해낸 것이다.
『이번 대회를 살펴보면 묘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그것은 현재까지 4승자가 2명(李昌鎬.宮澤吾朗),1승자가 2명(劉菁.曹大元),2승자가 1명(섭衛平)이라는 사실이다.따라서 앞으로 曺9단이 2승을 기록하면 2승자도 2명으로 아귀가 맞을 것이다.
아무래도 그렇게 되는 것이 미리 짜인 「운명적 각본」일 것만 같은 예감이 든다.』 이상은 1월22일자 본란에 필자가 썼던 내용이다.「족집게」의 예상이 적중했다 할까.
과연 상금은 어떻게 배분되며 누가 얼마를 받는지 알아보자.▲선수 1인당 기본적으로 1천6백만원씩 지급▲결정골(결승전 우승)을 터뜨린 선수에게는 5백만원의 보너스 지급▲남은 돈은 승자수당으로 나누어 지급하는 룰이 적용된다(1국에 2 백만원의 대국료와 연승상금은 별도).
이에따라 한판도 못건진 3명은 1천6백만원에 대국료 2백만원씩을,曺9단은 기본상금 1천6백만원.결정골 상금 5백만원.승자수당 5백만원.대국료 4백만원을 합쳐 3천만원을 받았고,李7단은 기본상금 1천6백만원.승자수당 1천만원.4연승 상금 1천2백만원.대국료 1천만원등 모두 4천8백만원을 받아 최다상금을 챙겼다. 이번 대회의 극적 요소 중에는 曺9단의 토출용궁을 빼놓을 수 없다.섭9단과 林9단이 귀신에 홀린듯 말려들어 통한의역전패를 자초함에 힘입은바 크니까 말이다.
시상식 직후의 칵테일 파티 도중 『어제는 당신이 크게 양보하더니 오늘은 내가 역시 그랬어』(林),『맞아요.정말 미친 바둑두었어요』(섭).동병상련(同病相憐)의 두 패자(敗者)는 「쓴 잔」을 나누며 승부세계의 무상함을 통감하는 눈치 였다.
〈프로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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