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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투데이

미국 선거에 쏠리는 세계의 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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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누가 미국의 차기 대통령이 될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미국 대통령선거 결과가 전 세계 모든 신문의 첫 페이지를 장식하게 될 것은 분명하다. 미국민만 투표권을 갖고 있지만 선거 결과에는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어떤 정치 이벤트도 이와 비슷한 주목을 받은 적은 없다. 케네디나 닉슨, 레이건 등을 당선시킨 과거 어떤 미국 대통령선거도 이 정도로 세계 언론의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 미국 선거에 쏠리는 세계인의 관심은 크게 네 가지 이유 때문으로 풀이된다.
 
첫 번째는 세계화의 영향이다. 국경이라는 물리적 경계가 국제적 이슈에 대해서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게 됐다. 두 번째는 미국이 갖는 전략적 중요성이다. 비록 이라크 전쟁과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달러화 약세 등으로 위상이 낮아졌다고 하지만 미국은 여전히 지구상에서 유일한 초강대국이다. 세계 모든 나라의 국민은 미국 대통령선거가 미국뿐 아니라 자기 나라의 운명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믿는 것이다.
 
세 번째로 누가 차기 대통령이 될지 쉽게 예상할 수 없다는 점도 세계인의 관심을 끄는 이유다. 이번 대선엔 1928년 선거 이래 처음으로 현직 정·부통령이 출마하지 않는다. 공화당은 많은 후보가 저마다 가능성을 믿고 경선에 나서고 있다. 민주당은 첫 번째 여성 대통령이냐, 아니면 첫 번째 흑인 대통령이냐를 놓고 후보 간 격전을 벌이고 있다.
 
마지막 이유는 세계 대부분의 나라가 하루빨리 조지 W 부시 정권이 막을 내리고 새로운 대통령이 들어서기를 손꼽아 기다리기 때문이다. 이는 부시 정권의 일방주의적 국제정책이 낳은 결과다. 부시 집권기간 동안 미국은 대규모 재정·무역 적자에 시달린 것 외에도 국가 이미지에 커다란 상처를 입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여론조사 결과가 말해주듯, 역사상 요즘처럼 미국의 이미지가 나빴던 적은 없었다. 세계 최고의 군사력을 바탕으로 강한 힘을 과시했지만, 소프트 파워 측면에서는 잃은 것이 더 많다. 국제정치에서 국가 이미지가 갖는 중요성을 감안할 때 미국은 많은 것을 잃은 셈이다. 차기 미국 대통령의 중요한 과제는 다른 나라와의 관계 개선과 일방주의적이고 공격적인 자세를 버리고 다자적 접근 방식으로 회귀하는 일이 될 것이다.
 
물론 외교정책의 변화는 누가 다음번 대통령이 되느냐에 달려 있다. 지금으로선 민주당 후보가 꼭 차기 정권을 잡는다고 속단하기 힘들다. 공화당 후보에게도 가능성은 열려 있다. 마이크 허커비나 루돌프 줄리아니, 미트 롬니 등 일부 공화당 후보들은 부시 대통령보다 더 강경하면 강경하지 덜하지는 않다. 이들은 모두 미국의 군사비 지출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힐러리 클린턴 역시 이라크전에 찬성표를 던졌다. 버락 오바마는 외교정책에 있어 가장 유연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는 이라크전에 반대해 왔으며 소위 ‘불량 국가’들에 대해서도 유연한 자세를 보였다. 그야말로 미국의 외교정책을 바꿀 수 있는 적임자다. 그러나 선택은 미국민에게 달려 있다.
 

파스칼 보니파스 프랑스 국제관계 전략문제연구소장
정리=이수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