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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日 고베市 지진복구 앞장선 曺弘利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저는 이번 대지진으로 과거를 모두 지워버렸습니다.어차피 다없어진 판에 한국인.일본인 따질게 있습니까.서로 손잡고 새로운마을을 만드는 일만 남아있어요.』 효고(兵庫)縣 남부지진으로 가장 피해가 컸던 고베(神戶)市 나가타(長田)에서 만난 재일한국인 3세 조홍리(曺弘利)씨.
「나이 42세,직업 건축설계사,두 아이의 아버지,고향은 전북남원」. 일본에서 중학교를 나온 그는 졸업후 건축현장에서 막노동만 10여년 하다 고향에 한번 다녀온 후 인생을 바꾸게 되었다.주경야독으로 30세가 넘어 1급 건축설계사 자격증을 따낸 것이다.대학을 나와 현장경험이 풍부한 사람도 따기 힘든 이 자격증을 딴 후 일본 매스컴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고베는 국제도시라고 합니다.그런만큼 저부터 국제화돼야겠다 싶어 최근 한국.미국.중국.베트남등에 사무소를 냈습니다.현지인의 도움이 컸습니다.일본의 사무실은 무너졌지만 외국에 있는 사무소가 남아있으니 그 힘을 다시 일본으로 끌어들일 생각입니다.
』 지난 14일 曺씨는 쇠고기를 들고 베트남인들 피난소에 찾아가 파티를 열었다.
『제가 사간 고기는 3㎏밖에 안됩니다.그러나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모여 힘을 합치니 근사한 요리가 됩디다.』 그의 파티이야기는 현지 일본 언론에 크게 보도되었다.
그는 지금 자신이 살고있는 나가타의 재건을 위해 고베市 복구사업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는 일본 건축설계사협회의 맨 선두에서 맹렬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번 지진은 일본이 어떤 나라이며 앞으로 어떻게 나아갈 것인지 가늠해 볼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됩니다.韓日관계도 좋아지겠지만 가만히 있지말고 뭔가 연구하면 더 좋아지는 길이 있지 않을까요.』 [고베(神戶)=郭在源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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