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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天地否괘-天地의 기운이 꽉막혀 혼란한 형국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비괘는 하늘()이 위에 있고,땅()이 아래에 있는 상이다.하늘 기운이 아래로 내려와 땅기운과 사귀어야 모든 것이 형통하게되는데 하늘 기운은 위로 오르기만하고,땅기운은 아래에 머물러만있으니 서로 기운이 소통하지 못하여 꽉 막힌 상이다.
만물은 입을 통해 양분을 받아들이고 배출하며 호흡도 하는데,「비(否:不+口)」자는 입(口)이 막혀(不)곤궁한 모습이다.또괘상을 사람에 비유하면 위로 눈.코.귀는 구멍이 둘씩이고,입과아래의 앞뒤 배출구는 구멍이 하나씩이어야 정상 인데 비괘는 위의 세구멍(양효 셋)은 각각 하나씩이고,오히려 밑의 세구멍(음효 셋)은 둘씩이니 정상적인 모습이 아니다.
천지가 사귀지 못하여 만물이 나오지 못하며,상하가 사귀지 못하여 올바른 정치가 되지 않아 극도로 불안한 때이므로 소인이 세력을 키워 권력을 잡고,군자는 물러나야 하는 비색(否塞)하고혼란한 시대를 말한다.그러므로 비괘는 사람이 제 구실을 못하는형국이다.
해방후 대둔산 석천암에서 야산선생님을 모시고 있을 때다.30리 떨어진 연산 개태사 화주부인이 뽕나무로 만든 작대기 하나를선생님앞에 놓으며『부처님이 현몽하기를 「뽕나무 작대기를 만들어대둔산에서 주역을 가르치는 야산에게 갖다 주어 라」하시기에 가지고 왔다』고 말했다.선생님이 답하시기를『작대기는 지게를 받치는 것이고,지게는 간(艮)괘에 속하며,간방은 우리나라에 해당한다.얼마 안가 우리나라를 굳건히 떠받치는 작대기가 필요하게 된다.이러한 이치는 주역에 있고,내가 주역을 가르치기 때문에 이이치를 아는 나에게 갖다 주라 한 것이다.
뽕나무 뿌리는 질기고 단단하므로 그 질기고 단단한 뽕나무에 영원무궁토록 매 놓으란 뜻이며,국가를 반석위에 놓는다는 말과 같다.또한 桑(뽕나무 상)자는「또 우(又)셋에 나무목(木)」으로 이루어졌으니 삼팔목(三八木)의 뜻이 있고,그 뿌리가 단단하므로 해뜨는 동쪽을 부상(扶桑)이라고 한다.태평한 세상이 열린다는 개태사(開泰寺)화주부인에게 부처님이 현몽한 것은 태평한 세상이 오기전에「뽕나무 뿌리에 붙들어 매라」고 한「비괘」의 비색한 세상을 살 것을 암시한 것이다.
그러니 너희들은 태평한 세상이 올때까지 굳건한 인내와 성실한노력으로 살아라』고 말씀하셨다.
「비괘」의 초효는 국민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평화를 갈망하며 훌륭한 지도자가 나오기를 기대한다.이효는 불법으로 집권하고독재로 정치를 하자 권력에 아부하고 금력에 눈이 어두운 소인들이 뒤따른다.이때에 군자는 의롭고 곤궁하나 마음을 편히 하며 사회 안정에 힘쓴다.삼효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극도의 이기적 행동으로 온갖 부정과 비리를 자행하니 부끄러움만 가득 품고 있다.사효는 어지러운 세상을 바라보고만 있을 수 없어 힘을모아 혁명을 도모하여 성공한다.
오 효는 간신히 평화를 찾았지만 혹시나 망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한다.국가를 영원토록 보전하기 위하여 우묵한 뽕나무에 붙들어 매듯 근본적인 개혁을 한다.상효는 비색한 세상이 가고 어두운 밤이 밝아지니 다시 태평한 세상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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