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종근 전 전북지사 "정치는 안 하고 선교나 사회봉사 하고 싶다"

중앙일보

입력

최근 대주그룹 회장으로 선임된 유종근(63) 전 전북지사가 오랜만에 언론과 인터뷰를 했다. 24일자 경향신문 주말섹션 커버 스토리에 등장한 그는 “노무현 대통령 정권이 지나치게 시장에 비우호적인 정책을 폈다”고 일갈했다.

유 전 지사는 뉴욕주립대 경제학박사 출신. 1987년 김대중 대통령 후보 정책특보를 지냈고 95년 첫 민선 전북지사에 당선됐다. 2002년 대선 후보 경선 출마를 선언하고 한달만에 수뢰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받았었다. 다음은 경향신문과의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그동안 (옥중에서) 어떻게 지냈나. 건강은 어떤가.
“책 읽고 운동하고 글쓰고 했다. 독방에서도 스트레칭과 푸시업을 많이 했다.”

-안에 있으면서 지난해 책을 두 권 냈다(저서‘강한 대한민국의 조건’, 번역서‘한국과 이혼하라’).
“책도 많이 읽었다. 수백권 읽었다. 너무 앉아서 책만 읽으면 허리가 나빠진다고 해서 다리운동 삼아 서서 읽었다. 책은 2006년에 써놨다. 그래서 사면되면 나가서 출간하려고 했으나 마냥 기다릴 수 없었다.”

-2002년 대선 경선 때 ‘경제를 살리는 CEO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다. CEO 대통령의 원조격인데, 이번 대선 결과를 어떻게 보나.
“국민들이 현명하게 선택했다고 생각한다. 경제가 가장 중요한 원인이었겠지만, 국민들이 5년 동안 무시당하고 피곤한 것도 원인이다. 생활수준도 나아지지 않고, 계속 어려웠다. 대통합민주신당은 노무현 정권의 정책에 반대하기만 하고 대안을 제시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확실하게 노무현 정책을 책임지고 거기에 대한 심판을 받은 것도 아니다. ”

-경제학자로서 이명박 당선인의 경제정책을 어떻게 생각하나.
“규제개혁, 시장원리를 중시한다는 점에서 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많이 가고 있다. 그런데 막상 각론에 들어가보니까 종부세를 폐지해야 하고 다주택보유자에 대한 핍박도 없애야 하는데 ‘1가구 1주택’에 대해서만 종부세를 완화하겠다, 그것도 지금 못하고 나중에 하겠다고 하는데, 이건 아무것도 못하겠다는 이야기다.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 막상 하려니까 몇가지 겉으로 보이는 장애물, 허깨비에 놀라서 못하겠다는 것 아닌가.”

-2002년이 유달리 고통스러운 시기였다. 어떻게 견뎠나.
“아무래도 고통은 집사람이 더 심했다. 자폐증이 있는 아이를 데리고, 친정ㆍ시부모 다 돌아가시고 집에 아무도 도와줄 사람이 없었다. 돈은 있는대로 다 까먹고, 집 하나 남은 거 잡혀서 빚 얻어가지고 생활했다. 아내는 지금 목사가 되어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다. ”

-미국에서 귀국한 것을 후회하지 않나.
“후회는 없다. 저한테 뇌물 줬다고 검찰에다 거짓증언 해가지고 저를 이렇게 공격하려고 한 사람도 재판과정에서 다 용서했다. 저는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다.”

-죄를 인정하지 않아서 오랫동안 갇힌 생활을 하신 건 아닌가.
“(혐의를) 시인했다면 형을 경감받았을 것이고 틀림없이 집행유예로 풀려났을 거다. 그래도 아닌 건 아니라고 해야 한다. 그게 유종근이다. 가끔 사람들이 와서 남들처럼 꾀병도 앓으면 빨리 가석방도 되고 사면도 수월하다고 했다. ”

-가장 보람있었던 때는 언제였나.
“역시 IMF 때였다.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경제학자가 되어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기여하는 인물이 되고 싶다고 했는데, 결국은 그 꿈을 이뤘다. IMF 위기 때 국가경제를 살리는 데 김대중 대통령이 다 하셨지만 옆에서 조금이라도 거드는 역할을 할 기회를 얻었다. ”

-어떻게 대주그룹 회장을 맡게 됐나.
“대주의 허재호 회장 집안과 어릴 때부터 알고 지냈다. 선친끼리도 갑장계를 할 정도로 친하게 지냈다. 대주가 참여정부 후반기부터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출소) 며칠 후 (허회장이) 만나자고 해서 봤는데 ‘도와달라’고 했다. 과거 나를 도와주신 분이고 해서 돕는 게 도리라고 봤다. 그래서 ‘어려운 일이긴 하지만, 해보겠다’고 했다.”

-앞으로 꼭 하시고 싶은 게 뭔가.
“대주그룹 경영을 안정시키고 동남아나 아프리카 어느 나라에 가서 선교활동을 하든지, 아니면 사회봉사를 할 것 같다. 남은 생애는 어디 가서 봉사를 하든지 하려고 한다. ”

디지털뉴스 jdn@joins.com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