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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단상>誤解와 眞意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요즘 아리송한 일이 많다.발표되는 내용을 액면 그대로 믿자거니 해봐도 석연치 않은 구석이 너무 많다.
선경(鮮京)계열사에 대한 내부거래조사건만 해도 그렇다.정부 발표만 보면 하등 이상할 게 없다.몇몇 재벌그룹에 대한 조사 자체는 2년전 지적사항에 대한 이행(履行)점검 차원에서 이미 예정됐던 것이며 선경이 1순위 대상이 된 것도 객 관적 기준에따른 것이란 얘기다.
전경련(全經聯)회장직을 맡고 있는 선경그룹회장의 정부비판 발언이 나온 직후 조사에 들어간 것은 단지「오비이락(烏飛梨落)」일 뿐 공정거래위가 고유업무를 수행하는 것에 대해 다른 시각을갖고 보지 말아달라는 주문이다.그렇다면 시기나 대상이 조금 이상하다고 해서 정부의「진의(眞意)」가「재벌 길들이기」에 있다고보는 일반의 시각은 시대가 바뀐 것을 알지 못한데서 나온 오해일 수밖에 없겠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한은법(韓銀法)개정문제도 마찬가지다.
재경원(財經院)은 자체 개정안에 대해 「금통위(金通委)의장이 한은총재를 명실공히 겸임토록 하는등 중앙은행의 중립성을 대폭 강화했다」고 평가했다.
중앙은행이 통화신용정책의 주도권을 쥐게 됐으니만큼 원래 정부기능인 감독권은 정부로 와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재경원 장관이금통위 의장 제청권을 갖고 정부가 금통위원 3분의 2의 추천권을 가지며 주요정책에 대한 사전협의나 금통위 결 의에 대한 재의(再議)요구권을 갖는 것등은 금통위에 대한 「최소한의 연결고리」일 뿐이란 설명이다.그러니 정부가 한은법 개정안을 갑작스레발표한 진의가 「공격적 방어」란 전술로 통화신용정책에 대한 현정부-중앙은행관계를 유지하려는데 있다고 보는 시각 또한 물정모르는 오해라는 얘기다.
의심이란 일단 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는 법.
정부의 선경 조사건은 재벌의 부당한 내부거래관행에 쐐기를 박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고 한은법 개정안은 통화가치의 안정과 국민경제발전을 위한 고심 끝의 대안이었을 뿐 다른 의도는 없었다고 믿어보자.그런데도 머리가 개운치 않은 것은 스스로의 의벽(疑癖)탓이겠지 생각하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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