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숙학원들 잠자리 공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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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설에서 소수의 인원이 잠자야 정서적으로 안정이 되고 공부도 잘 된다.’
‘20여명이 교사와 함께 잠자는 게 학업에 도움이 된다.’

기숙학원들 간에 숙식 방법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기숙학원(기숙형태학원 포함)의 숙식 형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20여명이 한 방에서 기숙하되 생활담당 교사가 이들과 함께 잠자는 형태다. 다른 하나는 4명 또는 6명이 한 방에서 잠자며 생활하는 형태다.

1990년대 이전에 설립된 기숙학원들은 대개 전자의 형식으로 기숙시킨다. 20명 정도가 한 방에서 침대 생활을 한다. 그 방에는 욕실이 없다. 별도의 독립된 목욕탕에서 씻고 세수·양치질도 한다.

2000년대 새로 설립된 기숙학원들은 대부분 후자의 형태다. 잘 지어진 기업의 연수원을 임대해 학원으로 개조한 것들이 많다. 숙식 시설이 현대식이다. 4명 또 6명이 한 방에서 생활하고 2인 1실로 생활하는 곳도 더러 있다. 방 안에 욕실이 있어 학생들은 자유롭게 샤워를 할 수 있다. 이들 학원은 호텔급 시설을 갖췄다고 자랑한다.

일부 학원들은 4명 또는 6명이 한 방에서 잠자되 목욕과 세면은 목욕탕에서 하도록 시설을 갖췄다.

난생 처음 자녀를 떠나보내 생활하도록 하는 학부모들 중에는 ‘행여나 고운 내 자식, 고생하랴’ 해서 소수 인원이 함께 잠자는 시설 좋은 곳을 선호하기도 한다.

기숙학원 관계자들 중에는 4~6명이 한 방에 잠잘 경우의 부작용을 지적하는 이들이 있다. 감수성이 예민한 나이에 네댓 명이 함께 자다보면 얘기꽃을 피우느라 새벽 3~4시까지 잠자지 않아 이튿날 수업에 큰 지장을 받는다는 것이다. 용인대성학원 관계자는 “겨우 두세 시간 자고 일어나는 학생들이 있다. 그래서야 공부가 제대로 되겠느냐”고 말했다.

생활담당 교사가 한 방에 한 명씩 배치돼 취침시간에는 모두 다 꼭 자도록 해야 10개월에 걸친 긴 재수생활을 버틸 수 있다는 것이다.

욕실 시설에 대해서도 젊은이들은 큰 목욕탕에서의 공동생활이 오히려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비슷한 시기에 벌거숭이 몸매를 내놓고 목욕하며 생활하다 보면 도타운 정도 생긴다는 것이다. 공부가 중요하지 시설이 대수냐는 것이다. 원래 기업 연수원으로 설계된 건물의 경우 채광이나 통풍 등에서 학교 시설에 맞지 않다는 주장도 한다.

소수 취침 구조를 가진 기숙학원 관계자들은 ‘그게 뭔 얘기냐’며 펄쩍 뛴다. 좋은 시설에서 잠자야 피로가 빨리 회복되고 정서적으로 안정돼 공부가 잘 된다는 것이다. 취침 시에도 CC(폐쇄회로)TV를 통해 감시하므로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민감한 시기에 재수하느라 마음고생도 많이 하므로 욕실은 혼자 사용하는 것이 정서적으로 도움이 되고 프라이버시도 보호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조인스닷컴(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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