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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쇼생크 탈출"을 보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4면

영화가 끝나고 불이 꺼졌을 때 나는 어둠 속에서 앉아 있고 싶었다.글쎄,이런 종류의 감동을 무어라고 이야기해야 할까.사실은 영화 중간에 울고 싶기도 했지만 울 기회가 없었던 영화,영화 중간에 잠시 그 감동을 감상하고 싶었지만 감동 할 기회를 주지 않고 관객의 목을 조르는 영화….그랬기 때문에 영화가 끝났을 때 재빨리 밝아지는 극장의 불빛이 못마땅했던 것이다.
무엇보다 이 영화의 장점은 사방이 벽과 창살로 이뤄진 감옥 안의 이야기가 우리들의 인생을 모두 상징해 내는데 충분하다는 것이다.그곳에도 사람들이 살고 있고 암거래가 이뤄지며 사기와 기만,가진 자들의 횡포,그 그늘에서 빌붙어 사는 기생충 같은 인간들이 있다.그런 곳에 인간의 가치를 아는 주인공을 배치해 놓음으로써 긴장은 생겨난다.
남자가 남자들에게 윤간을 당하는 것이 그토록 처절한 폭력이라는 것을 나는 사실 이 영화를 통해 처음 알았다.어쩔 수 없는상황,인간이 될 자격이 없는 인간들이 인간답게 살고 싶은 사람들을 폭행하는 감옥.하지만 역시 인간이기 때문에 생각할 수도 반성할 수도 있는 감옥이라는 극한상황에서 주인공은 끝내 희망을포기하지 않는다.
그로 인해 우리는 봄바람이 부는 야외에서 그냥 맥주를 천천히마실 수 있는 자유,텅빈 도서관에 가치 있는 책들이 채워지고 거기서 원하는 책을 읽을 수 있는 자유,의미를 다 이해하지 못한다 해도 오페라 여가수의 아름다운 목소리를 듣 는 자유가 우리 삶에서 사실은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가를 깨닫게 된다.
원래 미국배우들을 싫어하는 나로서는 팀 로빈스라는 멋진 젊은이를 만난 것도 개인적으로는 큰 기쁨이었다.섭섭한 점이 있다면지나치게 잘 배치된 복선들과 잘 짜여진 시나리오 정도일 것이다.물론 이런 할리우드 시나리오의 매력 때문에 나 는 영화에 빠져 들기 시작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정말로 섭섭했던 것은 그것이 이미 50년전 미국의 감옥이야기라는 것이었고 그들의 독서의 자유,그들의 자유로운 식당분위기 같은 것들이었다.아직도 0.8평 독방에 수감돼 있는 나의 동료들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그랬기 ■문에 영화의 다음 구절은 내게 더욱 쓸쓸하게 다가왔는지도 모른다.『꿈을 찾고 살것인가,아니면 희망 없이 죽을 것인가.』 〈소설가〉 <孔技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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