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사태 파장 3大통화 환율체계 변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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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세계 3대 기축통화인 미국 달러,독일 마르크,일본 엔貨등의 상호간 가치체계에 변화의 회오리가 일고 있다.
마르크화와 엔화의 가치가 연일 급등하고 있는 가운데 달러화 가치는 이들 통화에 대해 일방적인 약세로 내몰리고 있다.
똑같이 강세인 마르크와 엔을 비교하면 마르크가 엔에 대해 미세하나마 우세를 보이고 있다.마르크가 달러.엔등과의 3파전에서최강자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시야를 전세계 외환시장으로 확대하면 영국 파운드화등 구미(歐美) 각국의 통화와 남미.아시아등개도국 통화는 달러화 가치에 연동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결국마르크와 엔이 세계 외환시장을 통틀어 일방 독주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20일 런던외환시장의 마르크화 값은 달러당 1.4741마르크를 기록,92년10월 이후 2년4개월만에 최고치로 올라섰다.같은날 도쿄외환시장의 엔화 값은 달러당 96.82엔을 나타내 지난해 11월초 이후 약 4개월만에 다시 96 엔대로 들어서며 사상최고치(96.35엔)에 바짝 다가섰다.이로써 마르크와 엔은 올들어 달러화에 대해 각각 5.11%와 3.03% 평가절상 됐다.이처럼 마르크와 엔 값이 크게 오르고 있는 것은무엇보다 멕시코의 금융위기가 재연되고 있 기 때문이다.최근 멕시코경제는 미국이 제안한 금융지원안(총 5백억달러 규모)의 시행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가운데 최대 철강회사인 시데크그룹이 지급불능사태에 빠지면서 다시 혼미에 빠져들고 있다.멕시코 페소화는 달러당 6페소대로 다 시 곤두박질하기도 했다.
멕시코의 위기는 곧바로 달러화 가치의 불안으로 이어지고 있다.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가맹국으로 한배를 타고 있고 더욱이 수백억달러의 금융지원을 약속한 멕시코의 경제위기는 미국의 위기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이같은 사태는 국제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의 매도를 촉발했고 달러화에서 이탈한 자금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투자대상으로 마르크와엔화를 지목,이들 통화를 적극 사들이기에 이른 것이다.
달러화뿐 아니다.멕시코의 위기 재연은 개도국 신흥시장및 이탈리아등 정정(政情)이 불안한 일부 유럽국가등에서의 국제자금 이탈을 다시 재촉,이들 나라의 외환시장을 뒤흔들어 놓고 있다.
국제금리동향도 3대 기축통화의 가치변화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최근 미국 경기가 진정되는 조짐을 보이면서 美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당분간 금리인상을 자제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이에따라 미국의 실세금리는 하향 안정추세를 나타내고 있다.금리의 안정은 해당국 통화의 가치에 마이너스 요인이다.반면 독일과 일본은 조만간 금리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독일의 경우 금속노조의 파업움직임이 금리인상의 전망을 낳고 있다.노조의 강경투쟁에 따른 임금상승 은 인플레 우려를 초래할것이며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는 금리인상을 통해 인플레를 잠재우려 할 것이란 관측이다.일본은 지진복구를 위한 막대한 자금수요가 자연스레 금리상승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이같은 금리상승 기대는 이들 나라의 통화가치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독일과 일본은 세계최대의 경상수지 흑자국이다.
국제금융 전문가들은 『신흥시장의 전반적 동요및 美 금리의 하향안정추세에 비추어 마르크및 엔화를 은신처로 삼으려는 국제자금의 움직임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계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현상은 세계경제 전반에 주름살을 끼칠 전망이다.마르크및 엔화로의 자금편중및 개도국들의 자금부족이란 국제유동성의 「부익부 빈익빈」현상은 공생공존하고 있는 선.후진국 경제어느쪽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 다.
金光起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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