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시계"마지막회 시청률 64.5%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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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모래시계』의 열풍이 드디어 가라앉았다.
마지막회가 방영된 16일밤 시청률 64.5%,점유율은(TV를켜놓은 사람중 시청 비율)76%.92년『사랑이 뭐길래』의 64.9,82%에는 못미쳤으나 근래의 기록이다.
『모래시계』가 방영된 16일밤 서울시내는「귀가시계」라는 신조어를 입증이라도 하듯 유흥가와 도로의 차량과 인파마저 줄어 명절연휴의 거리를 연상케할 정도였다.
70~80년대 대학을 다녔던 30,40대에게 폭발적 인기를 끌었던 이 드라마는 점차로 20,50대 시청자도 흡수했고 빈발한 폭력장면에도 불구하고「사랑하는 여성에 대한 끝없는 헌신」을접합시켜 주부 시청자마저도 끌어들였다.
여주인공 혜린(고현정扮)을 그림자처럼 보호하던 재희(이정재扮)가 혜린을 지키다 끝내 죽어갈때 눈물을 흘렸다는 여성 시청자들이 적지 않았고,마지막회에서 남주인공 태수(최민수扮)가 형장의 이슬로 사라질때는 남성 시청자들의 눈시울도 뜨 거워졌다.
『모래시계』신드롬은 사회 각 부문을 강타했다.모래시계가 선물센터에서 날개돋친듯 팔려나가고 배경음악이었던 파가니니의 바이올린 소나타와 러시아 국민가수 요시프 코브조의『백학(白鶴)』카세트 테이프가 25만개이상 팔려 러시아 가수는 이 열풍에 힘입어방한을 준비중인등 현실적인 것 말고도『모래시계』가 남긴 것은 많다. 무엇보다 민감한 주제인「광주민주화운동」「삼청교육대」를 드라마를 통해 진실에 가깝게 묘사함으로써 시민들의 역사에 대한각성을 되살린 것은 평가할만하다.
드라마에 묘사된「광주」와「삼청」은 시청자들의 기억을 파고들어5,6共의 보수신당 창당이 이 드라마때문에 타격을 받았다는 말마저 나왔다.
70~80년대 어두운 권력의 이면을 파헤친 공로도 무시할 수없다.그러나 폭력미화와 상당부분 실제와 동떨어진 현실묘사는 문제로 지적됐다.
청소년들이 폭력배를 우상으로 여기고,폭력배들이 조직원들에게 이 드라마 시청을 명령했다는 보도는「과잉묘사」의 폐해를 반증한다. 1심에서 태수가 사형선고를 받고 항소를 포기하는 것처럼 극본을 썼다가 황급히 수정한 것이나 태수에 대한 수사를 친구 검사(박상원扮)가 맡는 부분은「과거 고증은 열심히 했지만 현실에 대한 이해는 부족했다」는 평이다.
특히 호송차에서 태수가 무기를 가진 교도관들에 아랑곳 않고 유유히 탈주하는 장면,검찰청에 호송된 태수를 친구 검사가 어깨동무를 하며 걸어가는 장면은「멋부리기」가 지나쳐 리얼리티에 상처를 준 부분이고,마지막회에서 당초 예정된 부장검 사의 구속장면이 삭제돼 방영시간이 15분이나 줄어든 것도 석연치 않은 뒷맛을 남긴다.
『모래시계』의 엄청난 인기와 나름의「공로」를 떠올리면 뒷부분으로 갈수록 부실했던 리얼리티는 아무래도옥에 티였던 셈이다.
〈金鍾赫.崔熒奎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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