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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선희의 SUCCESS 인상학] 下. 직장 내 궁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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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이어 이번에도 직장 내 궁합 이야기다. 지난번에는 직장 상사들의 유형에 대해 알아봤다. 이번에는 부하 직원의 유형을 살펴본다.

A씨는 코가 유난히 높았다. 이마도 넓고 높고 둥그스름한 게 사랑을 많이 받은 데다 코가 높아서 자신을 낮출 줄 모르는 성격이었다. 그러다 보니 협조할 일이 생기면 동료들, 특히 직속 상사가 못마땅해했다. A씨는 "어떻게 하면 상사의 마음에 들 수 있느냐"고 물어왔다. 관계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하면 된다.

그러나 그런 노력을 하지 않던 사람이 갑자기 상냥한 말을 꺼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필자는 행동으로 표현하라고 충고했다. 상대방이 좋아하는 차를 말없이 테이블에 놔준다거나 인사를 하더라도 허리를 더 깊이 숙여 예의바르게 하고, 상대방이 말을 할 때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하는 등의 행동 말이다. 그것도 못하면 '선배님'하고 다정스럽게 부르며 옷에 묻은 머리카락이라도 떼어 주라고 했다. 애초에 궁합이 안 맞던 사이였지만 얼마 뒤 두 사람의 사이는 좋아졌다.

B씨는 피부가 두껍고 입이 크며 몸집도 좋았다. 노심초사하지 않는 느긋한 성격에 통 크고 별 고민 없이 살아온 사람이었다. 그는 뭘 하겠다는 말은 잘 했지만 막상 결과물을 내놓지 않고도 태평했다. 그의 상사에게 "저 사람만큼은 볶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고서야 긴장해 일을 부지런히 잘하게 됐다. 반면 얇은 피부에 작은 입과 왜소한 체격의 소유자는 소심한 성격이지만 일의 성과는 빨리 내놓는다. 시간을 다퉈 성과를 내놓아야 하는 자리에 있으면서 편안한 성격을 고수해 일에 뜸을 들이는 것은 곤란하다. 대범하게 생겼다 해서 무조건 좋다고는 볼 수 없다. 어느 자리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일의 성격에 따라 판단을 달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C씨는 얼굴이 갸름하고 까무잡잡하면서 눈이 찢어진 듯 날카로우며 코가 높고 길며 법령(웃을 때 입가에 생기는 미소선)이 뚜렷한 사람이었다. 피부가 검으면 비교적 체질이 강한 사람이다. 코가 길어 다른 사람의 마음을 맞출 줄 몰랐다. 칼로 그은 듯한 법령이 있는 사람은 자기만 옳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자기와 의견이 일치하는 상사에게만 잘 하고 다른 상사에겐 퉁명스럽게 대하거나 등한시하고 시키는 일조차 열심히 하지 않았다. 부서 내에서도 편을 갈라 붕당을 만드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가 모시던 상사가 다른 계열사로 옮기게 됐다. 따르던 상사가 떠나니 그는 예전처럼 힘을 받으며 살 수 없었다. 어느 누구도 그를 받아주려 하지 않아 고전을 면치 못했다. 법령이 뚜렷해 사람이 곧은 것까지는 좋지만 정도를 가릴 줄 알아야 한다. C씨처럼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 수도 있으니까.

D씨는 아주 잘생긴 넓고 둥근 이마를 가졌다. 한마디로 머리가 좋은 사람이었다. 코도 둥글고 커서 추진력이 있었다. 이마(초년운, 윗사람과의 관계)와 코(중년운)가 좋아 윗사람의 사랑을 많이 받으며 잘 살아온 사람이다. 문제는 입이 작아 소심한 것이었다. 그는 그전에 했던 일보다 조금 규모가 작은 일을 하는 자리로 옮기게 됐다. 대범하라고 충고했는데도 마치 귀양살이나 온 듯 사람들과 어울리기 싫어했다. 자기 자리에만 틀어박혀 자기보다 좋은 부서에서 일하는 사람을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잘 웃지도 않았다. 그렇게 몇 달간 비뚤게 생각하다 보니 입이 점점 틀어졌다. 부정적인 생각을 깊이 하다 보면 한쪽 입술을 깨물거나 이를 한쪽만 꽉 깨물게 된다. 습관으로 굳으면 반듯했던 입도 틀어진다. 하정(코밑부터 턱까지의 얼굴 아랫 부분)은 말년이나 안정, 아랫사람과의 관계를 나타낸다. 입 모양이 미워지면 점점 더 원하는 부서에 가기 어렵게 된다. 주변 사람들도 '저 친구 왜 저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입이 작아 소심하더라도 최소한 틀어지게 만들지는 말아야 한다.

E씨는 눈에 흰자위가 검은 동자보다 많이 희번덕거리고 콧대가 낮아 들창코처럼 콧구멍이 들려 보이는 사람이었다. 이런 사람은 직장 생활을 하면 하극상을 저지르게 된다. 필자는 신입사원 면접에 들어갈 경우 그런 사람은 뺀다. 프리랜서처럼 혼자 일하는 업종일 경우에는 상관없다. 그러나 조직에서는 반드시 문제를 일으킨다. 게다가 입술에 흉터라도 있다면 영락없이 사생활도 안정적이지 못하다. 특히 결혼 생활에 파란이 많아 회사일에도 지장을 초래하기 십상이다. 그런 사람은 "언젠간 인간이 되겠지"하고 기다려도 소용없다.

궁합이 맞는 사람들하고만 일할 수 없는 곳이 직장이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재수 없는 상사' 혹은 '밥맛 없는 부하'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만날지 모르는 일이다. 그럴 때 상대방의 기질과 속성을 파악해 조화를 이루도록 노력해 보자. 결국 궁합을 맞추는 사람은 누구도 아닌 바로 나다. 나의 태도에 따라 내 일터가 행운이 넘치는 곳, 살 맛나는 곳이 될 수 있다.

주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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