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진화에도 불씨남은 행정구역개편-民自 군불때기로 계속 탐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이춘구(李春九)민자당대표는 17일『6월 지방선거는 예정대로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선거연기 불가(不可)를 거듭 확인한 것이다.李대표는 이날오전 자택에서 기자들과 만나 16일 김영삼(金泳三)대통령에 대한 주례 보고 내용을 소개하면 서 이렇게 말했다.그는 또『金대통령은「이미 연두기자회견때 얘기하지 않았느냐.선거는 예정대로 치를것」이라고 했다』고 밝혔다.『행정구역 개편문제는 우리가 아닌 경실련이 먼저 제기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여권이 행정구역 개편문제를 빙자해 선거를 연기하려는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시각은 잘못된 것임을 설명하려고 애썼으며청와대 주례보고 주안점도 여기에 있었음을 강조했다.
이로써 행정구역 개편문제로 대두된 지방선거 연기설은 일단 확산세를 멈추고 주춤해 질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불씨가 완전히 사그라들 것으로 예단하기는 어려울 것같다.당내에서 계속적인「군불때기」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17일오전 당내 민주계를 중심으로 한 초.재선의 소장파 의원 16명은 서울 여의도 63빌딩의 한 레스토랑에서 조찬모임을 가졌다.
행정구역 개편작업이 시작될 경우 그 실무를 맡을 송천영(宋千永.대전동을)제1정책조정위원장을 비롯,반형식(潘亨植.예천).이인제(李仁濟.안양만안).유승규(柳昇珪.태백).손학규(孫鶴圭.광명).이순재(李順載.서울 중랑갑).김형오(金炯旿. 부산영도).
김영일(金榮馹.김해).노승우(盧承禹.서울 동대문갑).조진형(趙鎭衡.인천북갑).구천서(具天書.전국구).오장섭(吳長燮.예산).
곽영달(郭泳達.전국구).박종웅(朴鍾雄.부산사하).정주일(鄭周逸.구리).정필근(鄭必根.진양)의원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이날『지방선거전에 행정구역이 개편돼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그리고 바로 李대표를 찾아가 이런 의견을 건의했다.이들은 야당의원들과도 접촉하는등 공론화 범위를 더욱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의견을 나누고 여론을 환기하는 모임도 틈틈이 갖기로 했다.
이들은 이날 개편방법이나 그 폭에 대해서는 물론 견해의 일치를 보지 못했다.선거연기 문제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렸다.그러나 기왕 개편하려면 근본적으로 해야하며,이를 위해 불가피할 경우 선거연기도 고려해 봄직하다는 의견이 더 많았다.
즉『행정계층구조를 현행 시-도.시-군-구.읍-면-동 3단계에서 2단계로 줄이는게 급선무이며 선거는 그 다음』이라는 얘기가여러 의원들에게서 나왔다.지방할거주의와 지역감정의 산물인 道를없애야 한다는 소신을 가진 손학규의원을 비롯, 송천영.반형식.
김영일.노승우.정주일의원등이 특히 이점을 강조했다.
이러한 발상은 여권의 일부 지도부와 비슷한 것이다.반면 신중론도 없진 않았다.지방선거를 하겠다는 약속은 엄연히 지켜져야 한다는 얘기였다.이인제.이순재.조진형의원등은 이쪽이었다.그럼에도 이들은 선거전에 고칠수 있는건 고쳐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이를 위해 얼마든지 힘을 보태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모임에 대해 당측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밝혔다.즉 박범진(朴範珍)대변인은『활발히 토론하는 것은 좋으나오해를 살만한 언행은 삼가는게 좋겠다』고 말했다.이들 소장파의행동이 겨우 진화한 선거연기 음모설을 되살릴 지 모른다고 우려했기 때문인 것같다.
〈李相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