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경>패기 앞세운 파워농구 세계적 흐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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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한국남자농구는 93~94시즌부터 농구대잔치 인기를 발판으로 중흥의 발판을 다졌지만 국제적으로는 거의 같은 시기에 혹독한 시련기를 겪고 있다.
93년 아시아남자 농구선수권대회와 지난해 아시안게임,세계남자농구선수권대회를 통해 참패를 거듭하며 「우물안 개구리」라는 혹평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때마다 국내 농구인들과 언론은 『세계농구의 흐름은 격투기를방불케 하는 격렬한 몸싸움과 힘으로 승부를 거는 파워농구로 흘러가는데 국내농구는 패기가 실종,국제무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며 비난을 퍼부어댔다.
모방송국에서 인기리에 방송된 NBA농구는 농구의 본고장 미국프로 농구에서 벌어지는 「살벌한」 몸싸움과 격렬한 힘의 대결을고스란히 보여준다.
많은 선수들이 코뼈가 부러지고 턱을 다쳐 고글(눈보호경)이나안면보호대를 끼고 경기하는 모습을 볼수있다.뉴욕 닉스의 가드 존 스탁스,샌안토니오 스퍼스의 포워드 데니스 로드맨 등은 보호대를 댄 모습이 맨얼굴보다 낯익다.그러나 누구도 미국농구를 「폭력농구」나 「깡패농구」라고 매도하지는 않는다.
16일 삼성전자-SBS전은 13일 벌어진 삼성전자-연세대전에비해 훨씬 더 격렬한 몸싸움과 파울로 점철된 게임이었다.양팀은53개의 파울을 쏟아냈고 4명의 5파울퇴장 선수를 양산했다.4파울을 범한 선수도 4명이나 된다.그러나 누구 도 양팀에 「더티 플레이」를 했다는 비난은 하지 않았다.농구에서는 한 선수가5개이상의 파울을 범하면 더이상 코트에 남지 못하게 제한한다.
이말은 현대농구에서 적절한 파울로 상대팀의 공격을 제어할 권리를 인정한다는 반증이 된다.터프한 농구와 더티한 농구는 분명히다르다.11일 삼성-연세대전에서 전반 삼성의 김승기(金承基)가연세대의 우지원(禹智元)을 가격한 것은 물론 더티한 파울이다.
심판은 金을 퇴장시켜 합당한 벌을 내렸다.
3차전에서 연세대의 서장훈(徐章勳)이 불의의 사고로 중도하차한 것은 불행한 일이었다.그러나 徐의 부친도 나중에 비디오를 검토하고서는 『불의의 사고였다』고 인정했다.
호흡곤란으로 쓰러진 구본근(具本根)은 마치 「삼성선수에게 맞아죽을 뻔」했던것처럼 묘사되고 있다.그러나 원인을 찾는다면 신부전증을 앓고 있는 具를 오랫동안 기용한 연세대 벤치의 잘못을지적할 수밖에 없다.
인기팀 연세대의 탈락과 유망한 스타들의 부상은 물론 안타깝지만 그것을 빌미로 「시스터 농구」를 강요한다면 농구수준의 저하를 면할 길이 없다.이런 농구문화가 계속되는한 아시아 정상의 탈환도,세계수준으로의 도약도 모두 공염불이다.
許珍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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