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사관계 전망과 대책 紙上중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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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노사(勞使)문제가 올 우리경제의 주요현안으로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중앙일보사와 삼성경제연구소는 14일 오후 삼성경제연구소임원회의실에서「금년도 노사관계 전망과 대책」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가졌다.이 자리에서는 김대모(金大模)한국노 동연구원장이 주제발표를 했으며 김수곤(金秀坤)경희대 경영대학장이 토론자로,임동승(林東昇)삼성경제연구소 대표이사가 사회겸 토론자로 참석했다.토론요지를 소개한다.
[편집자 註] ▲林東昇소장=지금 우리경제가 처한 환경을 살펴보면 치열한 국제경쟁속에서 경쟁력을 강화하는 일이 국가적 과제로 부각되고 있습니다.그런데 국제경쟁력도 결국은 사람이 갖추는것이고 보면 경쟁력강화에는 노사간 협력이라는 대전제가 따라야 할 것입니다.
올해 노사관계를 얘기하기에 앞서 우선 87년 민주화과정 직후부터 지금까지의 상황에 대한 평가부터 해 보실까요.
▲金秀坤교수=87년 당시는 우리 노사관계에서 중요한 전환점이었습니다.70년대말에 이은 이 두번째 전환점을 계기로 우리는 노사문제가 심각한 변수임을 깨닫게 됐습니다.
정책부재상태에서 벌어진 87년의 노사분규가 결국 경쟁력을 약화시켰다는 부정적 평가도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노조가 활성화되면서 유효수요를 창출해 경제에 도움이 됐다는 긍정적 평가를 내릴만합니다.
91년이후 분규가 줄고 노사관계가 안정세를 보인 것도 중요하죠.다만 분규가 줄었다고 노사관계 안정을 속단해서는 안됩니다.
작년과 달리 올해는 상황이 불투명합니다.
▲사회=초기에는 과연 수습될까 의문을 갖게 했던 노사분규가 그래도 비교적 짧은 기간에 수습됐다는 생각은 듭니다.그러나 지난 8년간 임금.작업환경.복지 등 여러 측면에서 개선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근로자의 욕구는 아직 강해서 불씨로 남아있는 것 아닌지요.
▲金大模원장=우리 근로자들은 여전히 상당한 불만을 갖고 있는게 사실인데 불만의 원인은 현실과 희망 사이의 갭에 있다고 봐요.법학자들은 우리 노동법이 몇몇 문제조항을 빼면 잘 돼 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우리의 생산성,1인당 국민소 득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임금수준이 외국보다 높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사회=임금문제는 항상 제조업의 경쟁력에 영향을 주게 됩니다.지난 87년이후 제조업생산성은 연평균 8.5% 올랐지만 임금은 2배 수준인 연평균 17.5% 올랐습니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올해 임금협상 환경을 얘기해 봅시다.우선 긍정적 요인과 부정적 요인으로 정리해 봅시다.
▲金교수=세계무역기구(WTO)출범과 세계화선언이 사회 전반에충격을 줘 최근 들어 국제경쟁력을 염두에 둔 노사관계가 형성되고 있는 것은 긍정적인 면입니다.
▲金원장=부정적 측면이라면 노동계에 돌출된 몇 가지 현상을 들 수 있겠죠.제2노총인 민주노총과 공공부문노조의 움직임이 그것입니다.
▲사회=민주노총 결성은 기존노총을 강경노선으로 선회하게 하는자극제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데….
▲金교수=요즘은 근로자들이 과거와 많이 달라졌기 때문에 이들이 선명성을 지나치게 강조한 노선을 따라갈지는 판단하기 어렵습니다.민주노총도 자신의 입지를 제대로 다지려면 선명성만으로는 안된다는 것을 알겁니다.
▲金원장=그렇다 하더라도 상당수 근로자들이 정서상 민주노총에동조하는 분위기인 것 같아요.기존노총의 입장에서도 조직을 민주노총쪽에 뺏기는 결과를 원치 않을 테니 지금보다는 강성으로 갈가능성이 있다고 봐야죠.
▲사회=노사협상때 자주 보는 일이지만 그 정도 협상결과면 근로자들이 수긍할 만한것 같은데도 정작 찬반투표에 부치면 80~90%가 반대하곤 해요.장래보다는 당장 눈앞의 이익을 앞세우는근로자들의 이해부족이 느껴지곤 합니다.
▲金원장=임금에 관해서는 독과점기업과 대기업이 앞장서 올리는게 문제예요.올해도 자동차.조선 등 호황업종의 대기업이 임금인상을 과열로 몰아갈 가능성이 큽니다.그 다음 선거로 욕구분출이확산되고 정부도 느슨해질 가능성이 있어 불안요 인으로 작용할 것 같습니다.
▲金교수=지금 같은 경기과열 속에서 특히 노동력부족사태가 계속되면 임금이 뛰지 않을 수 없는게 문제입니다.
▲사회=그러면 올해의 적정 임금상승률은 과연 얼마 정도로 봐야 할까요.
▲金원장=부가가치 생산증가율 정도가 적당하다는 견해가 많습니다.올해 경제성장률 7%내외,물가상승률 4%정도에서 취업자수 증가율 3% 가량을 뺀다면 9%내외가 적정 수준이 되겠죠.여기서 9%는 총액개념이니 호봉승급분 등 3%를 빼면 실제 적정 임금상승률은 6% 내외가 될겁니다.
▲金교수=적정 임금상승률을 따지기 앞서 정부가 올해는 무엇보다 경기와 물가를 잡는 데 단단한 각오를 해야 임금안정을 이룰수 있겠지요.
▲사회자=총액기준 9%가 임금안정선이며 여기에는 물가 및 경기 안정과 노동력수급이 뒤따라줘야 한다는 얘기로 매듭지을 수 있겠군요.
▲金원장=노총발표로는 경영측이나 정부가 지난 2년간의 노사합의 사항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지만 사실은 임금 합의에 대한 내부갈등이 심각해지자 내놓은 카드라고 봅니다.우리 노동계가 그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분위기는 아닐 겁니 다.
▲金교수=노총의 내부문제 때문이라고 하더라도,서로의 이익을 위해 경총측에서 노총을 감싸안는 방법을 모색하는 노력도 부족한것 같습니다.
▲사회자=시간이 많이 흘렀습니다.끝으로 성숙한 노사관계를 위해 근로자와 경영자,그리고 정부에 당부하고 싶은 말씀을 해 주시지요. ▲金원장=살아남으려면 세계 제일의 경쟁력이 있어야 하고 국가적인 차원의 올코트 프레싱에 나서야 한다는 점을 알아야합니다.노사협력이 없으면 살 수 없다는 점을 근로자들은 인식해야죠. ▲金교수=근로자들은 불필요한 어용노조 시비를 그만두고,경영자는 근로자의 인정에만 호소하지 말고 단체교섭도 비즈니스라는 인식을 갖고 합리적으로 협상에 임해 주길 당부합니다.정부에는 지속성 있는 정책을 펴 달라고 주문합니다.
〈정리=李在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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