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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선 네바다에선 “카지노 코커스 합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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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그동안 히스패닉들이 생업에 쫓겨 투표율이 높지 못했는데 이번엔 다르다. 일하는 현장에서 코커스에 참여할 수 있게 됐으니 우리도 처음으로 목소리를 내볼 기회 아닌가.” 17일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만난 히스패닉계 시민들은 표정이 환해 보였다.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과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이틀 앞(19일)으로 다가온 코커스(당원대회)에서 자신들의 지지를 얻으려 총력을 기울이면서 미 전역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날 시내 대형 카지노 9곳에서 코커스를 열기로 한 네바다주 민주당의 결정을 취소해 달라는 힐러리 측의 제소가 미 연방법원에서 기각됐다. 이에 따라 오바마를 지지하는 히스패닉계들은 더욱 고무된 표정이다.

 당초 네바다주 민주당은 시내 수많은 카지노에서 일하는 종업원들이 근무 중 코커스에 참여할 수 있도록 카지노 9곳에 특별선거구를 설치했다. 그런데 이들이 가입한 네바다주 최대 노조(회원수 6만 명)인 요식업 노조가 지난주 오바마 지지를 선언했다. 노조원인 종업원들이 대거 코커스에 참가하면 힐러리가 지게 될 것을 우려한 힐러리 지지층이 “특별선거구는 위헌”이라며 철회 소송을 냈으나 무산된 것이다. 결국 네바다주 민주당 대의원 1만여 명 중 700여 명이 특별선거구에서 나오게 돼 오바마에게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

 이날 저녁 오바마의 유세가 펼쳐진 시 교외 란초 고교 강당. 히스패닉계 여성 라퀠 알다나(35·교수)는 “오바마는 불법체류자의 운전면허 발급을 일관되게 주장한 유일한 후보”라며 “히스패닉은 이민정책에 대한 관심이 1순위라 대부분 오바마를 지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카지노 종업원 곤살레스(39)는 “노조가 회원들에게 물어 보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오바마 지지 선언을 했다”며 “경험 많은 힐러리를 찍겠다”고 말했다. CNN방송은 이날 “9~14일 아메리칸 리서치그룹 조사 결과 네바다에서 힐러리(35%)와 오바마(32%)는 오차범위(4%) 내 동률”이라며 판세가 예측불허라고 지적했다.

 힐러리 측은 오바마에 맞서 히스패닉계로 처음 로스앤젤레스 시장에 당선된 안토니오 비야라이고사와 히스패닉 노조 지도자 리처드 차베스의 지지를 끌어내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다. 현지 관계자들은 “히스패닉 중 40대 이하는 오바마, 그 이상은 힐러리 지지층으로 양분된 것 같다”고 말했다.

 미 인구의 15%(4600만 명)를 차지하는 히스패닉은 60%가 민주당 지지자다. 히스패닉이 등록유권자의 12%에 달하는 네바다주 코커스는 민주당 후보들이 히스패닉의 지지를 얻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첫 시험대다. 여기서 이겨야 캘리포니아와 콜로라도·애리조나·뉴멕시코 등 히스패닉이 많은 서부의 표심을 장악할 수 있다. 힐러리와 오바마가 사투를 벌이는 이유다.

 반면 히스패닉 지지층이 20%선에 불과한 공화당 후보들은 네바다 대신 같은 날(19일) 경선이 열리는 사우스캐롤라이나에 총력을 기울인다. 공화당의 전통 표밭인 남부의 관문이기 때문이다.

라스베이거스(네바다주)=강찬호 특파원

◆코커스(caucus)와 프라이머리(primary)=미국 민주·공화 양당의 대선 후보는 대의원 간접선거로 선출된다. 대의원을 뽑는 방식은 두 가지인데 코커스(당원대회)와 프라이머리(예비선거)다. 코커스는 당일 저녁 당원들이 학교·교회나 큰 강당에 모여 후보자별로 공개적인 지지 그룹을 형성하고, 그 숫자에 따라 대의원 수를 결정한다. 프라이머리는 당원과 일반 유권자가 모두 참여하는 비밀 투표를 통해 대의원을 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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