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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웨이브>살리나스 경제失政의 교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연초부터 국내외 언론에는 페소화폭락 기사가 홍수를 이뤘다.그많은 기사들은 한결같이 살리나스 멕시코前대통령의 실정(失政)으로 페소화가 30~40% 높게 평가된 점을 멕시코 경제위기의 근본원인으로 지적하고 있다.이로 인해 새로 출범 하는 세계무역기구(WTO)의 유력한 총장후보인 살리나스의 지위가 크게 위협받게 될 것으로 판단했다.여기서 이때까지 크게 부각되지 않았던살리나스의 정책을 보다 면밀히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먼저 88년 집권한 살리나스의 경제개혁조치는 국내금융 및 실물시장의 동시개방과 국영기업의 과감한 민영화를 통해 외자유치를극대화하는 개혁정책을 전개했다.
그리고 국내거시경제정책은 이러한 개혁조치의 성과를 극대화하기위해 고(高)실업과 만성적 인플레압력이 공존하는 「실물시장의 불균형」,정부지출의 증대로 심각해지고 있는 「재정부문의 불균형」과 경상수지 누증에 따른 「해외부문의 불균형」 을 치유하는 데 목표를 두었다.
그러나 세출과 통화라는 두 가지 정책구도밖에 가지고 있지 못했던 멕시코정부는 위 세 부문의 불균형을 동시에 해결할 수 없었다.계량경제학의 용어를 빌리면 2개의 외생(外生)정책변수로는3개의 방정식으로 구성된 연립식의 해(解)를 구 할 수 없는 것이다.따라서 살리나스정부는 재정과 금융의 긴축을 통해 실물과재정부문의 불균형축소에 진력하면서 대외부문은 내생(內生)변수인환율을 외생화하는 조치로 관리변동환율제를 채택해 부득이 이 부문의 불균형치유를 뒤로 미룰 수밖 에 없었다.
이 결과 살리나스가 집권하기 전 세 자릿수를 기록하던 멕시코의 인플레이션은 93년도에는 9.7%로 한 자릿수로 안정됐고 고정환율제로 인한 환차손의 우려가 불식됨에 따라 외국자본유입도활발해져 93년 한햇동안만 49억달러의 해외직접 투자 자금이 유입됐다.
이에 따라 멕시코투자가 활성화되면서 경제성장률이 최근 5년간평균 3%대로 회복되는 등 실물부문의 불균형이 크게 축소됐고 민영화의 적극추진으로 외채위기도 극복되는 등 재정의 불균형도 상당히 해소될 수 있었다.다만 경상수지적자는 페 소화가 수출업자들의 절하요구에도 불구하고 살리나스정부의 환율정책으로 인해 오랫동안 고평가된 상태로 유지됨에 따라 93년중 GNP의 8%에 이르기까지 불균형이 확대됐다.
어떻게 보면 살리나스의 경제정책은 실물과 재정부문의 불균형을치유하는 데는 상당한 성공을 거뒀다 하겠다.그의 실정이라면 이러한 성공에 도취돼 경상수지 적자규모가 적정수준으로 유지되도록페소화가치를 조정하는 시기를 놓쳤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이번 멕시코사태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한 부문의 희생 위에 세워진 다른 부문의 균형과 안정은 오래 지속될 수 없다는 점과 거시경제의 관리능력,즉 정책조정의 시기선택이 개방개혁정책의 성공여부를 결정한다는 점이다.
〈삼성경 제硏 연구위원(經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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