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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의료서비스 어떻게 달라지고 있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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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LG와 연세의료원의 합작병원설립 추진이 알려지면서 대그룹의 병원사업 진출이 다시 가속화할 전망이다.시설의 대형화.고급화로상징되는 기업의 참여 러시는 병원계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며 서양의료 도입 1백년사에 최대 변화를 몰고오고 있다.특히 고객중심의 마케팅에 일찍 눈뜬 기업경영이 병원에 도입되면서 그동안환자들의 불만을 사왔던 병원서비스 개선에 앞장서고 있는 것도 주목되는 대목.의료공급 초과 현상에서 나타나는 경쟁의 논리가 병원의 변신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 다.
서울대병원이 특수법인화한지 16주년이 되는 지난해 10월15일.한만청(韓萬靑)병원장은 기념사에서 『외래환자들의 진료공간이좁아 많은 불편을 주고 있다』며 『환자들의 편의를 위해 병원장실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그로부터 두달후 원장실은 87년전에 지어진 낡은 시계탑건물로옮겨졌고 원장실을 포함한 5백여평의 행정관리동 2층엔 외래진료실과 당일 수술장이 들어섰다.
일견 대수롭지 않은 병원내부의 일로 치부할 수도 있으나 우리나라 최고의 의료와 권위로 환자위에 군림(?)했던 서울대병원의변신은 급변하는 의료환경에 우리 병원계가 얼마나 부심하고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의료기관의 의식이 환자중심으로 바뀌고 있음은 이들 병원들이 내건 슬로건에서도 잘 나타난다.「병원에서 나오는 환자의 표정-우리의 책임입니다」(한림대병원),「믿음의 진료.사랑의 간호.친절의 고대병원」(고려대병원),「나에게 맡기십시오.
내가 하겠습니다」(세브란스)등의 표어를 내걸고 백화점이나 은행등 친절이 몸에 밴 기업의 친절교육을 강도높게 실시하고 있는것. 이같은 친절열풍은 지방병원과 중소병원에까지 번져 「환자섬기기」운동을 하는 서울 영동제일병원,병원을 찾는 모든 사람에게「안녕하세요」를 합창하고 친절직원을 선정해 해외여행을 보내는 우신향병원,간호사.직원들이 입구까지 나와 인사하고 환자의 모든시중을 드는 수원의 동수원병원등 친절 아이디어가 백출하고 있다. 특히 경북 안동시 안동병원의 경우 매년 30~40명의 직원을 3박4일 일정으로 일본의 MK택시에 보내 연수시키는가 하면「고맙습니다」코너를 만들어 차대접을 하고,환자퇴원 한달후에 간호사를 파견,재택관리를 해주는등 지역사회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친절이 환자의 정서에 호소한다면 의료의 질을 높이고 병원체류시간을 줄이는 노력은 환자의 실질적인 이익에 부응하려는 자세로풀이된다.
약제업무의 전산화.자동화로 투약대기 시간을 대폭 줄이고 전화또는 하이텔등을 통한 진료예약을 실시해 과거「3시간 대기,3분진료,3시간 투약」이라는 악명(?)을 벗어보려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에서 이러한 노력을 찾아볼 수 있다.
의료의 질을 높이기 위한 방향은 삼성의료원이 개원과 함께 신설한 종양.심장.신경계등 3개 전문센터,현대중앙병원이 심혈관.
뇌신경.신장.건강증진등 5개 분야별센터를 설치해 초전문화 개념을 도입하는 추세에서 나타난다.
중소병원이나 의원급 역시 척추디스크.치질.불임치료에서 심지어손톱.발톱클리닉,성기능장애 클리닉등 전문화.세분화하고 있으며 과거「의사들은 졸업후 공부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무색할 정도로틈만나면 새로운 기술을 익히고 새로운 장비를 도입하기 위해 국내외 학회와 연수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경북지역에서는 「최고」라고 자부하던 경북대병원이 지난달 임상교수세미나를 통해 타병원과의 치열한 경쟁을 실감,교직원 28명을 집단으로 일본병원계 시찰에 파견한 사실은 대표적인 사례에 속한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현대병원경영연구소 정기선(鄭基善)소장은 『종래 전문가 집단으로 폐쇄적이고 권위주의적이던 의료계가 「환자위주의 경영과 진료」를 표방하고 나선 것은 의료시장이공급자에서 구매자 위주로 전환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 이라고설명했다.
그는 또 병원의 대형화와 고급화가 과잉 시설경쟁으로 인한 국민의료비 상승을 초래하거나 의료전달체계의 혼란을 가져올 수 있지만 의료개방및 경제성장에 따른 국민의 의료 기대치에 비춰본다면 아직 우려할만한 단계는 아니라고 평가했다.
高鍾寬.黃世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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