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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대 오른 손학규 리더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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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정부조직 개편안이 16일 발표되면서 이제 공은 국회 다수당인 대통합민주신당에 넘겨졌다.

 17일 오후 이명박 당선인과 만나기 전 손학규(얼굴) 대표는 김효석 원내대표, 임종석 원내수석부대표, 김진표 정책위의장 등을 포함한 원내대표단과 중앙당 확대 간부회의를 열고 대응 전략을 논의했다. 회의에 배석한 당 관계자는 “통일부와 과학기술부 폐지, 총리실 위상 격하, 국가위원회와 방송위원회의 대통령 직속기구화 같은 대통령 권한 강화 문제 등에 대해 참석자들이 문제를 제기했다”고 전했다.

 조직개편안의 국회 처리가 녹록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이런 분위기는 김형오 인수위 부위원장과 통합신당 김효석 원내대표의 만남에서도 감지됐다. 김 부위원장이 “스스로 군살을 빼겠다는 것이니 전폭적으로 지지해 주리라 믿는다”고 협조를 구하자 김 대표는 “꼭 몇 개 줄인다는 강박 관념은 버렸으면 좋겠다”며 “대통령의 권한이 너무 집중되는 것 아니냐”고 거리를 뒀다. 김 대표는 “다른 나라보다 앞장서 만든 미래지향적 부처들을 폐지하는 게 옳은지 차분하게 지혜를 모아 보자”며 통일부 폐지 등 당내 회의에서 제기된 문제들을 조목조목 짚었다.

 이런 분위기에서 정부 조직개편안 국회 통과의 키를 잡은 사람은 손 대표다.

 하지만 손 대표는 입장을 정리하기 쉽지 않은 처지다. 인수위 측에 마냥 끌려가는 모습을 보이면 이제 막 다지기 시작한 당내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 반면 새 정부의 첫 발걸음부터 딴죽을 거는 것으로 비치면 애써 세우기 시작한 당의 ‘반성과 쇄신’ 이미지에 금이 갈 수도 있다.

 손 대표의 한 측근은 “당선인의 국정 운영 구상을 존중한다는 차원에서 인수위의 개편안을 큰 틀에서 받을 수밖에 없다”면서도 “통일부와 과학기술부 폐지만큼은 막아야 한다는 게 손 대표의 생각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한나라당이 한 글자도 못 고친다고 버티면 개편안은 절대로 통과시킬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이 당선인과 한나라당도 새 정부 출범(2월 25일)을 앞두고 시간에 쫓기고 있어 통합신당 측과 물밑 협상을 통해 합의점을 찾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부조직개편 특위’도 구성=통합신당은 이날 김진표 정책위의장 등 13명의 의원으로 ‘정부조직개편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우상호 대변인은 “특위는 대통령 권한의 지나친 집중, 양성평등 및 국가 미래 전략부서 폐지, 한반도 평화 문제 경시, 교육 자치 실시 시기를 고려하지 않은 교육부 개편 등은 문제가 있다는 관점에서 대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당 정책위는 실무진 검토 보고서에서 “이번 개편안은 대통령에게 지나치게 권한을 집중시키고 있고 국가청렴위 폐지 방안은 사정기관을 권력의 도구로 전락시키려는 의도가 있다”며 “통일부 폐지 방안은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망각한 결과이며 국토해양부는 대운하 추진 전략으로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임장혁·홍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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