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맞은 두바이 ‘도시 마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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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방문한 14일(현지시간) 두바이는 하루 종일 몸살을 앓았다. 안전과 의전을 위해 두바이 정부가 이날 오전 6시부터 오후 4시까지 시내 주요 도로의 차량 통행을 전면 금지했기 때문이다. 일부 우회 도로마저 봉쇄돼 도시는 마비 상태에 빠졌다. 통제된 도로 위에 갇혀 오도 가도 못한 채 지각한 두바이 직장인이 속출했다. 한 시민은 “집에서 27㎞ 떨어진 회사까지 7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비행기를 놓치는가 하면 심지어 야근을 한 근무자들이 교통 통제가 풀릴 때까지 회사 인근 호텔에 투숙하는 웃지 못할 상황도 벌어졌다.

 특히 두바이 정부가 부시의 방문을 하루 앞둔 13일 저녁 갑자기 14일을 임시 공휴일로 선포하면서 혼란이 가중됐다. 14일로 예정한 각종 업무를 취소하느라 소란을 떨어야 했다. 관공서와 학교는 물론 1년 365일 쉬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두바이 국제금융센터(DIFC)가 문을 닫았고 두바이 증시도 이날 하루 폐장했다.

 부시 대통령이 두바이에 머문 시간은 3시간. 하지만 두바이 정부의 이 같은 ‘과잉 의전’이 시민의 불편을 초래했을 뿐만 아니라 무역과 금융·관광 중심지로서 두바이의 명성에도 타격을 줬다고 현지 신문 걸프 뉴스는 지적했다. 경제적인 손실도 1억1800만 달러(약 1100억원)에 이른다고 이 신문은 주장했다. 14일 결혼 날짜를 잡았다가 통행금지령과 임시 공휴일이 선포돼 결혼식을 하지 못한 한 남성은 “1주일 전에만 알려줬으면 결혼식을 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하루 종일 길을 막은 이유를 알 수 없다”고 불평했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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