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중동5國 經協추진 타바宣言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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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반목의 땅」중동이 세계 경제의 한 축으로 떠오를 것인가.
미국과 이스라엘.이집트.요르단,그리고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의 외무장관들은 8일 이집트의 타바에서 회담을 열고 무역.투자의 자유화와 시장개방을 위해 필요한 모든 노력을 기울이기로 합의했다.이들은 또 아랍권의 對이스라엘 무역 보이콧을 포함해 역내(域內)모든 무역장벽의 철폐를 촉구했다.
회담 후 발표된 선언문은 심지어 현재 진행중인 평화협상의 주요 목적이 역내국가의 경제협력및 개발이라고 밝히고 있다.이 회담에 참석한 론 브라운 美상무장관은 『이번 회담은 몇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것』이라며 이런 노력이 역내의안보및 복지와 긴밀한 관계에 있는 경협(經協)이라는 새 시대로인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회담은 지난해 10월 모로코의 카사블랑카에서 열린 중동.北아프리카 경제정상회담의 산물이다.이 지역 최초의 경제정상회담인 이 회담에서 역내국가들을 포함,세계 61개국에서 온 정부대표와 기업인들은 중동.북아(北阿)경제공동체 창설 구상을 담은카사블랑카선언을 채택하는 한편 이 지역에 하나의 경제권을 창출하기 위해 공동노력키로 합의한 바 있다.이같은 합의사항은 2차대전후 유럽의 경제재건계획인 「마셜 플랜」에 비견되고 있다.
이번 타바회담 역시 참가국의 각료들 외에 기업인들이 참석,역내국들의 사회간접자본.관광산업 등에 대한 투자상담을 벌였다.8개 기업대표들과 함께 회담에 참석한 브라운 장관은 회담 후 쿠웨이트를 방문,美기업들이 22억달러 상당의 석유화 학단지를 건설.운영하기 위한 회사를 쿠웨이트와 합작으로 설립키로 했다고 밝혔다.그는 이밖에 90억달러 상당의 계약이 추진중에 있으며 『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말해 이 지역에 대한 美기업들의 투자가 줄이을 것임을 강조했다.
중동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가동과 亞太경제협력체(APEC)의 블록화 동향에 위기감을 느낀 유럽연합(EU)이 연대를 모색하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EU는 이를 위해 올해중 중동.북아국가들과 「지중해회의」를 연다는 일정까지 잡아놓고 있다.이 구상이 실현될 경우 시장 규모가 유럽경제지역(EEA)의두배나 되는 거대한 경제블록이 탄생한다.
이같은 외부요인 외에 최근 유가 변동폭이 줄어들고 산유국들의석유생산 쿼터 위반이 줄어들며 석유수출 수입이 안정세를 보이고있는 것도 이 지역 경제의 청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중동경협 성공의 관건은 중동평화협상의 완전한 타결이다.아랍투자보증공사(ACIG)보고서는 이스라엘과 아랍국가들이 오랜 적대관계를 종식시킨다 하더라도 아랍권이 내부갈등을 해소하고 이란.
터키 등과 관계를 개선하지 못하면 긴장상태가 계속 될 것이라고전망하고 있다.이 지역의 경제성장이 아직은 불투명하다는 지적이다. 경협은 이 지역 평화의 필요조건이기도 하다.연간 성장률이1%대인 이 지역의 경제가 3% 이상의 성장을 달성해야 정치적안정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코치 웨서 세계은행 총재의 말은 이를시사하고 있다.
李必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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