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내수 살아야 일자리 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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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해외여행 덜 나가고, 외국인 관광객을 더 유치해도 일자리 25만 개가 생긴다.”
 
한국은행이 내놓은 일자리 늘리기 처방의 하나다. 일자리를 만들려면 위축된 국내 소비를 살리는 게 급선무고, 우선 국내 관광산업을 활성화시키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효과가 기대된다는 것이다.

15일 한은은 1995~2006년 일자리 창출이 부진한 이유와 대책을 정리한 ‘최근 고용 변동 요인 분석’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기간에 국내 취업자 수 증가율은 연평균 0.6%에 불과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일자리를 갉아먹고 있는 ‘주범’이 최근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1995~2000년에는 이른바 ‘기술적 요인’이 장애물이었다. 첨단산업 위주로 산업이 재편되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같은 액수를 투자해도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효과가 떨어졌던 것이다. ‘고용 없는 성장’이란 말이 나온 것도 그 즈음이다.

2000년대 이후로는 ‘내수 부진’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소비와 투자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효과(취업 유발 계수)는 1995∼2000년 16.7%포인트였지만 2003∼2006년엔 3.5%포인트로 낮아졌다. 반면 기술적 요인이 일자리를 줄이는 정도는 1995∼2000년 -28.3%포인트에서 2003∼2006년 -4.4%포인트로 여전히 마이너스지만 추세상으론 상당히 개선됐다. 이 때문에 앞으로의 일자리 대책도 내수 살리기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한은은 지적했다.

보고서는 또 “국내 소비가 부진한 이유는 최근 해외 소비 지출이 급속히 늘어난 탓도 있다”고 덧붙였다. 내국인의 해외 지출과 외국인의 국내 소비가 균형을 맞추면 2006년 기준으로 연평균 25만7000개 이상의 일자리가 생길 것이란 게 한은의 계산이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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