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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액주주님, 제 편으로!"…주총서 경영권 다툼 등 칼자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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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본격적인 주총 시즌을 앞두고 기업들이 소액주주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올해 주총에서 이슈가 될 경영권 분쟁이나 지배구조 개선, 불법 대선자금 지원, 부실 카드사 지원 문제 등과 관련해 소액주주의 영향력이 어느 때보다 커졌기 때문이다. 과거 시민단체에 의존해 목소리를 내던 소액주주들은 인터넷 동호회를 구성해 의결권을 모으는 등 독자적인 행보에 나서고 있다.

현대그룹의 경영권을 놓고 분쟁을 벌이고 있는 현대그룹과 KCC는 현대엘리베이터와 현대상선의 소액주주 모임이 보낸 질의서에 어떻게 답변할 것인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소액주주들은 이에 대한 답변 내용에 따라 지지 대상을 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27일 주총을 여는 삼성전자는 소액주주의 위임을 받은 참여연대가 3년 만에 주총장을 찾을 것을 선언하는 바람에 긴장하고 있다. 소액주주들은 대선자금 불법 지원 문제와 삼성카드 지원 문제도 도마에 올릴 전망이다.

유상증자 허위 납입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동아정기.모디아.대호 등도 소액주주가 대표를 고소했거나 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인터넷 동호회를 통해 세를 모았다.

소액주주의 목소리가 커지자 기업들은 소액주주 끌어안기에 고심하고 있다. 소버린자산운용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SK㈜가 소액주주의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 사외이사를 대폭 늘리는 등 지배구조 투명화 작업에 나선 것이 이 같은 사례다.

소액주주들을 달래기 위해 대주주보다 소액주주에게 더 많이 배당하는 '차등배당'실시 업체도 늘고 있다. 코스닥증권시장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23일까지 현금배당을 공시한 207개 기업 가운데 30개 기업이 소액주주에게만 배당했거나 더 많이 배당했다.

그러나 이런 소액주주의 움직임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도 만만찮다. 한 대기업 재무담당 임원은 "주주들이 단기 차익이나 고배당에만 집착해 무리한 요구를 하는 등 부작용도 많다"고 말했다.

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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