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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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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최선이란 바로 지금 '실현' 하는 것이다. 머리나 입으로만 외치는 것이 아닌."

이 말을 입에 달고 살 정도의 도전정신 덕분일까. 재닛 로빈슨(53) 뉴욕 타임스(신문사)사장 겸 뉴욕 타임스 컴퍼니(社) 수석 부사장. 권위지 뉴욕 타임스의 비약적 성장을 이룬 주역 중 한명인 그녀가 마침내 뉴욕 타임스 함대를 이끌게 됐다. 올 연말 신문.잡지.방송.인터넷 사업을 총괄하는 뉴욕타임스 컴퍼니의 사장 자리에 오른다는 발표가 나온 것이다. '첫 여성 그룹사장의 배출'로 뉴욕 타임스사는 153년 역사를 고쳐 쓰게 됐다.

하지만 로빈슨 부사장을 아는 사람이라면 놀랄 일도 아니다. 시골학교 교사 출신의, 기자 경험도 없는 여성이지만 지난 21년간 선보인 탁월한 마케팅 감각과 승부 근성 때문이다. 그녀는 항상 남이 다니지 않는 길을 뚫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여 왔다.

출발은 늦었지만 속도는 빨랐다. 로빈슨이 뉴욕 타임스와 인연을 맺은 건 33세 때였다. 11년간 고향 마을에서 교편을 잡았던 그녀가 새 도전을 선언한 것이다. 선택은 옳았다. 그녀는 뉴욕 타임스사가 발행하는 테니스 잡지를 거쳐 스포츠.여성 잡지 그룹에서 독창적 아이디어로 승승장구한다. 그리고 1993년 로빈슨은 광고담당 부사장으로 그룹의 주력 뉴욕 타임스와 인연을 맺는다. 진가는 더욱 발휘돼 94~96년 광고 매출액을 1억달러(약 1200억원) 이상 끌어올렸다. 이런 공로로 96년 뉴욕 타임스의 사장 자리에 올랐다. 비편집국 출신으론 역시 '처음'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로빈슨은 늘 고정관념과 싸우려 노력했다. 그녀는 신문이 사양산업이 아니며, '깊이'와 '분석력' 등에서 타매체가 따라올 수 없는 장점으로 넘친다고 믿었다. 이런 확신을 바탕으로 그녀는 신문의 역량을 키우고 브랜드 파워를 높이는 데 주력했다.

특히 많은 언론인들이 기존의 '자기 한계'에 사로잡힐 때 그녀는 그 틀을 깨자고 외쳤다. "더 큰 세상으로-"를 주창한 로빈슨은 뉴욕 타임스가 지역 신문에서 전국지로 발돋움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96년 46%였던 전국 광고비율이 2003년에는 90%이상으로 높아졌다. 미국 전역 250개 지역에 보급소를 만들었고, 5만5000개의 가판대로 전국 판매 시스템을 구축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번엔 바다 건너로 나갈 때라고 봤다. '세계화'전략이 그녀의 머릿속에서 구체화됐다. 신문의 해외 현지 발행이 가속화하기 시작했고,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 오피니언 리더들을 끌어들였다.

로빈슨은 브랜드의 '명품화'를 위해서도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샤넬사 등 기업회장들을 만나러 수없이 비행기를 탔고, 스타벅스 등 세계 일류들과 제휴를 했다. 이런 그녀를 뉴욕 타임스 아서 설즈버그 주니어 회장은 "탁월한 전략가"라고 평했다. 뉴욕 타임스사가 그녀를 선택한 데는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김택환 미디어 전문기자,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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