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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첨단비즈니스>실리콘밸리의 평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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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인텔과 AMD가 휴전했다.실리콘밸리에 7년만에 찾아온 평화다.그동안 두 회사는 마이크로프로세서 기술에 관한 특허권 및 저작권 문제로 피나는 싸움을 벌여왔다.인텔로서는 마이크로프로세서시장에서의 독점적 지위를 더욱 확고히 하려는 싸 움이었고,AMD는 이 싸움에 회사의 사활을 걸었다.
문제의 핵심은 AMD가 인텔의 기술을 합법적으로 사용해 인텔의 386및 486칩과 호환성이 있는 제품을 생산할 권리가 있느냐였다.이 싸움에 인텔과 AMD는 최소한 1억달러씩을 소송 비용으로 소모했다.그래도 싸움의 끝은 보이지 않았 고,급기야 담당 판사가 양사의 타협을 종용하고 나섰다.
이번「평화협정」에서 인텔과 AMD는 난마처럼 얽혀있던 양사간의 소송을 모두 취하했다.AMD는 386및 486칩을 생산할 수 있는 권리를 영구히 확보했다.반면 인텔은 486칩 후속 제품인 펜티엄과 그 이후에 개발되는 칩에 대한 독점 권을 확보했다.AMD의 판정승이다.
386은 이미「한물간」기술이라지만 486칩으로는 AMD가 앞으로도 상당한 이익을 올리 수 있다는 계산이다.
AMD의 제리 샌더스 회장은 양사의 협정이 타결된 지난달 11일『황홀하다』고 환호했다.
인텔의 대표 변호사 톰 던랩은 『AMD가 앞으로는 인텔의 기술에 무임승차 할 수 없게 됐으니 싸움은 이제부터』라고 지적했다.AMD가 홀로서기에 성공할는지는 두고 봐야할 것이라는 경고다. 이번 일로 인텔의 아성에 금이 갔다고 속단할 수는 없다.
AMD를 비롯한 인텔호환형 칩 생산업체들이 인텔과 경쟁하려면 인텔보다 우수한 제품을 개발하거나,가격을 싸게 하거나,인텔이 미처 충족시키지 못하는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생산 용량을 갖춰야 한다.그런데 이중 어느 분야에서도 인텔을 따라잡기는 쉬운일이 아니다.
인텔은 펜티엄의 후속 제품 「P6」을 이달에 발표한다.AMD가 자체 기술로 개발하고 있는 「K5」보다 인텔의 「P6」이 먼저 시장에 출현하게 되는 것이다.가격 경쟁력이나 생산용량 측면에서도 인텔의 규모는 경쟁사들을 압도하고 있다.
AMD가 미국 5위의 반도체 업체이기는 하지만,매출과 순익을비교해 보면 인텔은 AMD의 10배에 이른다.AMD가 인텔을 누르고 「마지막에 웃는 자」가 될 것인지는 정말 두고 봐야할 일이다. 〈金雄培.美『실리콘밸리뉴스』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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